"아토피 피부염, 피부 재생 메커니즘 이상으로 생긴다"

입력 2020-03-16 15:08  

"아토피 피부염, 피부 재생 메커니즘 이상으로 생긴다"
각질 형성, 줄기세포 분열 제어하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
미 록펠러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체의 1차 방어선인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 세 층으로 구성된다.
이 중 중층편평상피로 구성된 표피는 안쪽부터 기저층, 유극층, 과립층, 각질층으로 나뉜다. 여기에 덧붙여 손바닥, 발바닥 등의 두꺼운 피부에는 투명 층이 따로 있다.
표피세포가 오래되면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채워져 단단한 각질로 변한다. 이렇게 죽은 표피세포가 밀착 결합해 형성한 각질층은 우리 몸을 지키는 '장벽' 같은 역할도 한다.
결국엔 각질도 떨어져 나가, 싱싱한 새 세포의 보충이 필요하다. 그래서 표피의 기저층 줄기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해 피부 표면 쪽으로 이동하는 대체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피부가 기온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각질층을 형성하고, 동시에 기저층 세포 분열을 자극하는 세포 재생 메커니즘을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왜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psoriasis) 같은 난치성 피부병이 생기는지도 확인했다.
록펠러대의 일레인 푸치스 석좌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를 1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푸치스 교수는 피부와 피부 질환의 분자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권위 있는 세포 생물학자다.





표피 기저층의 줄기세포에서 분열한 세포는 주기적으로 표면을 향해 이동한다. 이때 줄기세포는 분열을 일시 중단한다.
가혹한 외부 환경을 견디며 바깥쪽으로 옮겨가던 세포가 피부 표면에 근접하면, 갑자기 세포핵과 세포기관이 사라지면서 비늘(squame) 모양의 각질로 변한다.
연구팀은 이렇게 각질화하기 직전의 세포에서, 식용유를 식초와 섞어 흔들 때 생기는 미세 지질 방울과 흡사한, 검은 얼룩의 단백질 침전물이 생기는 걸 발견했다.
학계에선 이런 현상을 '위상 분리(phase separation)'라고 하는데, 표피세포의 각질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케라토히알린 과립(keratohyalin granule)'이라는 이 침전물이 표피세포에 분자 메시지를 보내 '조기 사멸'을 유도한다는 걸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필라그린(filaggrin) 유전자가 이 과립의 형성에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필라그린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위상 분리가 일어나지 않고, 그 결과 케라토히알린이 결핍된 표피세포는 외부 환경요인에 반응하지 않았다.
또한 필라그린이 아토피 피부염과 연관된 변이를 일으키게 조작하면, 피부 세포가 케라토히알린 과립을 정상적으로 생성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위상 분리가 일어나지 않으면 표피의 '장벽 형성'에 결함이 발생해, 피부에 염증이 생기고 갈라지는 증상도 나타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특히 필라그린 이상과 연관된 피부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푸치스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된 아토피 피부염 등의 치료법은 대부분 면역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라면서 "하지만 피부의 장벽(barrier) 그 자체를 더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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