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처 놓고 프랑스 '내홍'…전 보건장관 "위선자 놀이"

입력 2020-03-18 19:59  

코로나19 대처 놓고 프랑스 '내홍'…전 보건장관 "위선자 놀이"
파리시장 여당후보 뷔쟁 "장관일 때 지방선거 연기 건의했지만 위에서 안들어"
필리프 총리, 방송출연해 "당시 전문가들 동의 안해"…여권에선 "배신자" 비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지방선거에 집권당 후보로 나선 전 보건장관이 자신이 일찌감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인식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고 폭로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사태 초기대처를 진두지휘한 장관의 일종의 내부 고발이자 자아비판이 나오자 프랑스에서는 뒤늦게 고강도 대책을 줄줄이 내놓은 마크롱 정부에 비판의 화살이 몰리고 있다.
지난 15일 파리시장 선거 1차 투표에서 3위에 머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후보 아녜스 뷔쟁 전 보건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일간 르 몽드와 인터뷰에서 "내가 보건부를 떠날 때 이런 쓰나미가 닥쳐올 것을 알았기에 눈물을 쏟았다"면서 "지방선거가 열리지 못할 것으로 알고 정부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1월 30일에 총리에게 지방선거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이미 경고했다. 우린 모든 것을 멈췄어야 했다. 위선자 놀이를 한 것이다"라고 정부 수뇌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르 몽드는 뷔쟁 전 장관이 이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의사 출신인 뷔쟁은 지난 2월 중순 파리시장 선거에 나서기 직전까지 프랑스 보건부 장관을 지내면서 코로나19 사태의 초기대처를 지휘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최측근인 벤자맹 그리보 전 정부 대변인이 섹스 스캔들로 선거 직전에 낙마하자 대통령에 의해 집권당의 파리시장 후보로 막판에 '차출'됐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현 파리시장인 사회당(중도좌파)의 안 이달고와 공화당(중도우파)의 라시다 다티 전 법무장관에 밀려 3위에 머물러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태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뷔쟁의 비판은 자신이 보건장관으로 재임하던 1월 말에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고서 지방선거를 미뤄야 한다고 했지만 묵살됐다는 것에 초점이 모인다.
프랑스는 지난 15일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연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결국 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와중에 정부의 이런 결정은 신중치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 2차 코로나19 대국민담화에서 오는 22일 예정됐던 지방선거 결선투표를 무기한 연기하고 전 국민에 15일간의 이동금지령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뷔쟁 전 장관이 인터뷰에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까지 정부 수뇌부가 조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판하자 프랑스 정부는 수세에 몰렸다.
급진좌파정당 프랑스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충격적인 폭로"라면서 "대체 왜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나"라고 성토했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는 더 나아가 뷔쟁이 법정에 서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에 직면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7일 저녁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반박했다.
그는 "내가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1월부터 대책 회의를 열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방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뷔쟁 장관의 주장에 대해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뷔쟁의 발언에 대해 프랑스 여권에서는 "배신자"라는 비난이 일었고, 한 정부 당국자에게서는 아예 "뷔쟁이 보건장관일 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했다는 건 거짓이다.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그는 위험은 없다는 입장이었다"는 발언(르몽드 보도)도 나왔다.
자신의 인터뷰로 논란이 일자 뷔쟁은 해명자료를 내고 기사의 톤이 의도한 바와 다르다면서도 "위선자 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후회한다. 모든 이가 위기관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뷔쟁은 전날 르 몽드 인터뷰에서는 파리시장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 코로나19 대처를 돕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캠프는 이날 "뷔쟁은 파리시장 후보직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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