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교민, 코로나19 피해 한국으로 귀국 행렬

입력 2020-03-25 12:04   수정 2020-03-25 12:07

유학생·교민, 코로나19 피해 한국으로 귀국 행렬
"코로나19로 미국 생활 더 불안"…한국행 비행기 만석
중남미·유럽 지역 한인들, 전세기 편으로 속속 귀국길



(특파원종합=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며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의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르자 현지 유학생과 교민의 귀국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을 휩쓴 코로나19가 미주와 유럽 대륙으로 번지면서 확진자가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자, 불안감을 느낀 현지 유학생과 교민들은 서둘러 짐을 싸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 "지금은 미국이 더 불안해요"…한국행 비행기 만석에 티켓 가격 급등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5만명을 넘어서면서 한인사회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에다 자택 대피령까지 겹치면서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귀국 비행기에 오르는 유학생과 교민이 늘고 있다.
LA지역의 한 유학생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솔직히 지금은 미국이 더 불안하다"며 "학교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다 미국에선 코로나19 검사와 치료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진단체계를 갖춘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도 귀국을 부추기고 있다.
한 주재원은 "코로나19 진단을 받기 위해 카운티 보건당국에 전화하면 주치의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의사에게 전화하면 1차 응급의료 기관으로 찾아가라고 한다"며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이 서로 미루는 통에 검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LA와 뉴욕 국제공항 한국행 비행기 부스에는 지난주부터 손님이 부쩍 늘었다.
LA지역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행 비행기가 만석"이라며 "이달 말까지는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 항공사 관계자는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탑승률이 확 늘어 현재는 80∼90%에 달한다"며 최소한 4월 첫째 주까지는 인천행 항공권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행 비행기의 티켓 가격도 껑충 뛰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뉴욕, 인천∼LA 노선이 하루 1편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자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오는 29일 낮 뉴욕에서 인천으로 오는 대한항공의 직항 편도노선의 경우 이코노미 항공권은 매진됐고, 8천329달러(약 1천300만원)짜리 비즈니스석만 가능하다.
같은 날 아시아나항공의 이코노미석도 2천329달러(약 290만원)으로 평소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
27일 LA에서 인천으로 가는 항공편도 2천800∼2천900달러짜리 몇좌석만 남았다.



◇ 국경 폐쇄로 발 묶였던 중남미 한인들도 속속 귀국
중남미 각국의 국경 폐쇄와 항공 운항 중단으로 발이 묶였던 한국인들도 속속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입국은 물론 출국까지 금지한 페루의 경우 14개 지역에 흩어져 있는 여행자와 봉사자 등 200여 명이 26일 임시 항공편으로 귀국하기 위해 수도 리마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아에로멕시코의 특별기로 멕시코를 거쳐 귀국하게 된다.
앞서 에콰도르와 온두라스 등에서도 한국인들이 항공기나 버스로 제3국에 이동한 뒤 귀국했다.
중남미 곳곳에서 귀국 시기를 놓친 여행객들은 아직 입국이 막히지 않은 나라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물색하며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중남미 교민들의 경우 일부 지역에선 자체적으로 전세기 수요조사를 하는 등 귀국 움직임도 있지만 대체로 차분하게 현지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의류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는 상당수 교민이 현지 정부의 전 국민 격리 조치로 생업을 중단하게 된 경우가 많은 데다 현지 의료체계에 대한 불안감도 커서 사태가 악화할 경우 교민사회의 동요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볼리비아에선 코이카 봉사단원과 여행객 등 49명이 오는 28일 미국 정부가 자국민 수송을 위해 마련한 임시 항공편을 타고 미국 마이애미까지 이동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주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현지 미 대사관과 협의해 좌석을 확보한 후, 지방에 있는 한국인들을 비행기 탑승 장소로 이송하기 위한 통행 허가 획득과 차량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



◇ 유럽 지역 한인들, 코로나19 피해 전세기 타고 귀국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최대의 피해를 본 이탈리아의 경우 교민 600여명이 정부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전세기 탑승 규모는 이탈리아한인회가 자체적으로 임시 항공편을 띄우고자 진행한 수요조사 때의 신청 인원(500여명)보다 많다.
전세기는 이달 31일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다음 달 1일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각각 인천으로 출발한다.
이탈리아 정부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날짜와 노선은 바뀔 수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탈리아 현지 교민을 데려오고자 전세기 2대를 현지에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세기는 정부가 주선하지만, 운임은 이용객이 각자 부담한다. 1인당 비용은 성인 기준 200만원 수준이다.
독일 교민들도 한국행 특별기에 대한 수요 조사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항공편이 다음 달 1일부터 16일까지 일시적으로 끊길 예정인 가운데 귀국 루트 확보에 나선 것이다.
재독한인총연합회 박선유 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대한항공 측의 문의로 프랑크푸르트∼인천행 특별기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재독한인총연합회는 각 지역 한인회에 수요 조사 공지를 내렸고, 각 한인회는 유학생 커뮤니티와 종교시설, 교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특별기 탑승 수요 파악에 나섰다.
최경하 라이프치히 한인회장은 통화에서 "수업도 중단된 채 불안에 떨던 교환학생 등 유학생들이 속속 귀국 의사를 보내오는데, 강의 중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어 머뭇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뉴욕 이준서, 로스앤젤레스 정윤섭, 멕시코시티 고미혜, 로마 전성훈, 베를린 이광빈)
jamin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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