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부룬디, '신의 가호' 내세우며 일상 생활 유지

입력 2020-04-10 21:50  

아프리카 부룬디, '신의 가호' 내세우며 일상 생활 유지
다음달 20일 대선 예정대로 실시…"의학적 아닌 정치적 판단"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아프리카 부룬디 정부와 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신의 보호를 내세우며 예방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AFP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부룬디 여당은 국민에게 전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일상생활을 유지토록 허용하고 내달 2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도 일정대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민주방위국민평의회(CNDD-FDD)의 대선 후보인 에바리스트 은데이시미예 장군은 지난주 정치 회합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염려하지 말라. 신이 부룬디를 사랑하시며 코로나19 양성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는 신이 부룬디에서 능력을 나타내려는 표식"이라고 주장했다.
은데이시미예 후보는 그러면서 (부룬디에서 확인된) 3명의 확진자는 양호한 상태지만 다른 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룬디에서는 식당과 술집이 여전히 영업 중인 가운데 정부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진행되는 봉쇄령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구 1천100만명의 부룬디에서는 여전히 결혼식과 장례식을 비롯해 교회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수천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으며 내달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유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더해 정규 축구 리그도 열리는 가운데 경기장 입장 관중들은 단지 손 씻기와 체온 검사만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정부의 확신과 낙관론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 부줌부라의 한 시민은 "부룬디 국민이 신의 보호 아래 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인 확진자 숫자에 놀라지나 않을까 두렵다"라며 "우리는 조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지 일부 은행은 일찍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많은 상점과 식당들이 입구에 손 씻는 장소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룬디 정부도 3주 전 물류 유입의 주요 통로인 탄자니아를 제외하고 접경국 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과 국경을 닫고 국제선 항공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TV와 라디오를 통해 공중 보건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긴 하다.
지난 8일 기준 전국적으로 675명이 격리된 가운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부아프리카 책임자인 루이스 무드제는 부룬디 내 격리 시설이 과다한 인원으로 넘쳐나고 비위생적이라면서 전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 외교관과 유엔 관리,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부룬디 정부의 관리 역량에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룬디 보건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당국은 지금까지 감염 증상이 나타났거나 확진자로 판명된 환자와 접촉한 50여명에 대해서만 검사를 진행했다.
부룬디는 지난주에야 3명의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통계표에 가장 늦게 이름을 올린 국가 중 하나로 기록됐다.
앞서 프로스페르 은타호르와미예 정부 대변인은 부룬디가 "전능하신 신의 은혜에" 그간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한 활동가는 익명을 전제로 "정부가 어떻게든 확진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애를 쓰며 선거가 연기되는 상황을 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외교관은 또 지금까지 부룬디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내린 조치의 배경에는 "의학적이 아닌 정치적" 판단이 깔려있다며 부룬디 정부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선거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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