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코로나19 정부정책 비판의사 처벌 '리원량 사건 연상'

입력 2020-04-22 14:02  

중국서 코로나19 정부정책 비판의사 처벌 '리원량 사건 연상'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다가 처벌받은 리원량(李文亮) 사건 후, 당국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했던 의사가 또다시 처벌받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홍콩매체 명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후베이성 황스(黃石) 지역 의사 위샹둥(余向東)의 '부당한 글'에 대한 처벌공문 내용이 퍼졌다.
이 공문은 중국공산당 어둥(鄂東) 의료그룹 기율검사위원회가 그룹 품질관리부 주임이자 황스시 중심병원 부원장이던 위샹둥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기간 온라인상에서 부당한 글을 발표한 문제'로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위샹둥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마스크 착용, 자택 관리, 도시 봉쇄, 입원 환자에 대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당국의 정책은 물론, 안후이성이 황스시에 전통약재 1.2t을 지원한 문제에 대해 냉소하는 '부당한 글'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 당국의 방역정책을 비판하고 중국 전통의학과 전통약재에 대해 공격해 사회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담겼다.
위샹둥은 앞서 지난 2월 '근거기반의 붕괴'라는 글에서 당국이 끊임없이 방역정책을 바꾼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이 글에서 "근거기반 의학이 코로나19 앞에서 완전 붕괴하고 있다"면서 "현대의학에 따르면 최선의 증거에 기초해 임상적 결정이 내려져야 하지만, 실제는 '특별한 일은 (근거 없이) 특별히 처리된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조회수 10만을 넘긴 후 삭제됐다.
위샹둥은 또 "따를 증거가 없다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에서 코로나19가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확인됐는데도 현장에서는 효력이 없는 항생제가 널리 쓰였다면서 "증거가 있어도 따르지 않는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위샹둥은 이번 일로 '과실 기재' 처벌을 받았고 그룹 품질관리부 주임직과 시 중심병원 부원장직에서 면직됐다.
현재 그의 웨이보 계정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명보에 따르면 위샹둥은 1인 미디어 '젠캉제(健康界)'와의 인터뷰에서 통보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조직에서 나를 잘 배치해줬다. 앞으로 의사도 하고 품질관리도 할 것이다. 전에 쓴 글은 모두 (지나간) 역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의 처벌 소식이 의료계를 흔들었고 동정 여론이 나오고 있지만, 위샹둥은 "(자신의 처벌 관련) 매체 논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탕젠광(唐建光)이라는 언론인이 위샹둥 처벌을 비판하며 온라인상에 올린 글은 조회 수 57만회를 넘긴 상태다.
탕젠광은 "리원량 이후 또 다른 후베이성 의사가 부당한 글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훈계를 받고 처벌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위샹둥의 글은 어떠한 악의도 없는 의사의 전문적인 토론·판단일 뿐"이라면서 "리원량이 코로나19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처럼 전염성 있다고 판단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사회에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수 없다'고 한 리원량의 생전 발언을 인용해 "중국 사회에서 여전히 진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샹둥이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매진했다면서 "아무 포상도 받지 못하고, 도리어 인터넷상에 쓴 글로 처벌받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의 글에는 "앞으로 고위 간부들은 아프면 전통의학만 바라보고 전통약만 먹기 바란다", "의사들은 자신의 의학적 견해를 말하면 안 되는가", "중국이 병에 걸렸는데 치료할 약이 없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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