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확산 위험성 경고'에 트럼프 레드카드…'연단호출' 정정 강요(종합)

입력 2020-04-23 14:13   수정 2020-04-23 15:04

'재확산 위험성 경고'에 트럼프 레드카드…'연단호출' 정정 강요(종합)
"재발병 없을수도" '레이저 눈빛' 격앙…CDC국장, 부인 대신 수위 조절
눈 밖에 난 보건당국자들 줄줄이 인사조치…WP "'도전시 응징 또는 속죄' 메시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동절기 재확산의 심각한 위험성을 경고한 핵심 보건당국자의 인터뷰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며 격앙,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당사자를 불러세워 노골적으로 정정을 강요했다. 공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다가오는 겨울, 우리나라에 대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실제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발병의 치명성을 우려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의 전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가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이 시작하자마자 작심한 듯 인터뷰 이야기를 꺼내며 "완전히 잘못 인용됐다", "헤드라인이 터무니없다"며 '가짜 뉴스'로 몰아붙였다.
TF 소속 핵심 보건 당국자의 입에서 나간 이 인터뷰 기사가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대선 국면에서 국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인지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와서 설명하라"며 레드필드 국장을 연단으로 불렀다.
레드필드 국장은 "나는 이것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며 "독감과 코로나19 발병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보다 힘들어지고 잠재적으로 보다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억제 모드를 유지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보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발언의 기본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은 채 고수한 셈이다.
레드필드 국장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벌게진 얼굴로 노려보듯 그를 응시했고 "완전히 잘못 인용됐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인터뷰 기사를 실었던 WP는 레드필드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옆에서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발언을 톤다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발언 자체는 정확히 인용됐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올가을 또는 겨울 코로나19의 재발병 가능성 및 그 위험성에 대해 연신 평가절하를 시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다시 발병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겪었던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억제할 수 있는 보다 작은 규모로 발병할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잔불'이나 대규모 독감 발병을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지난 두 달간 우리가 겪은 것을 겪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코로나19가 아예 재발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나온 지 몇분이 지나지 않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코로나19는 가을에 재발병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감염 수준으로 인해 확신한다"며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나는 '가을에 더는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을 것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경고하겠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레드필드 국장에게 발언 철회를 압박한 것을 두고 보건 당국자 및 전문가들에 대한 '재갈 물리기' 내지 '코드 발언 강요'라는 비판이 나왔다.
WP는 '트럼프 시대, 코로나바이러스 과학자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한, 말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날 빚어진 장면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내 과학·보건 전문가들과의 허약한 관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라면서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부정확한 코로나19 관점에 도전을 제기하는 자는 응징 당하거나 속죄해야 할 것이라는 백악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여해온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책임자였던 릭 브라이트 국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극찬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가 보복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발병이 매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던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도 코로나19 대응 책임자 직에서 경질됐다고 WP가 전했다.
파우치 소장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요구 트윗' 리트윗으로 인해 경질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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