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반 복역 후 출소했지만 가족도 못 만나는 中 인권변호사

입력 2020-04-27 10:12  

4년반 복역 후 출소했지만 가족도 못 만나는 中 인권변호사
'정치적 권리' 박탈됐다며 여행 금지…아내 맹장 수술에도 끝내 못 돌아가
"검거된 인권변호사 중 유일하게 유죄 인정 안 해 '미운털' 박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인권변호사가 4년 넘게 복역한 후 출소했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중국 인권변호사 왕취안장(王全璋)은 지역개발 과정에서 억울하게 토지를 빼앗긴 사람 등을 변호해왔으나,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운동가들을 잡아들인 이른바 '709 검거' 때 구금됐다.
이후 '국가전복죄'로 기소돼 징역 4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톈진(天津)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형기를 마치고 이달 5일 출소했다.
하지만 그는 출소 후에도 아내 리원주(李文足)와 일곱살 아들이 있는 베이징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2주일 동안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의 고향 집에 격리됐으며, 이후에도 철저한 감시를 받으며 인터넷조차 이용하지 못한 채 사실상의 구금 생활을 하고 있다.
더구나 전날에는 아내가 급성 맹장염으로 쓰러졌지만, 그는 고속철을 타려고 기차역으로 향하던 중 붙잡혀 집으로 되돌아와야 했다.
그가 4년 6개월의 징역형과 함께 5년간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하는 판결을 받았으므로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를 감시하는 경찰은 "왕취안장은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했으므로 아직 복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가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의 '개조'(改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왕취안장은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해서 어떻게 인터넷도 이용하지 못하고 여행도 못 하는 것이냐"며 "아내를 만나고 지난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혹한 처사는 왕취안장이 복역 중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709 검거 때 투옥된 대부분의 인권변호사는 가혹한 고문 등을 견디지 못하고 유죄를 인정하거나 당국과 타협했지만, 그는 당시 투옥된 변호사 중 유일하게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죄를 인정하지 않자 그는 2018년 7월까지 변호사 접견조차 허용되지 않았고, 왕취안장의 가족은 그의 생사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체포된 지 3년 5개월 만인 2018년 12월에야 재판을 받았다.
아내 리원주는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톈진까지 100㎞ 행진을 하며 남편과의 면회를 요구하는 투쟁을 한 끝에 6월에야 겨우 첫 면회가 허용됐다.
리원주의 사연을 들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8년 5월 중국 방문 때 그를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복역 중 가족도 만날 수 없었던 왕취안장은 극심한 두려움과 우울증으로 치아 상실, 청력 감퇴, 고혈압, 기억력 감퇴 등을 겪었다고 한다.
왕취안장은 "복역 중에 너무나 두려워 내 아들이 납치돼 팔려 가는 꿈마저 꿨다"며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해 가족과의 정을 모두 끊고 철저하게 무관심해지려는 노력마저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민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어떻게 '국가전복죄'가 되느냐"며 "나의 유일한 죄이자 가장 큰 후회는 일에 바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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