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일 지나서야…흑인 청년에 총 쏜 백인 아버지·아들 체포

입력 2020-05-09 04:00  

74일 지나서야…흑인 청년에 총 쏜 백인 아버지·아들 체포
사건 영상 뒤늦게 공개되며 처벌받지 않은 백인에 분노 여론 확산
수사당국, 영상 공개 이틀 만에 백인 父子 살인 혐의로 체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 25살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쏘아 살해한 백인 아버지와 아들이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나서야 경찰에 체포됐다.
8일(현지시간) NBC방송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 수사국(GBI)은 전날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 아머드 알버리를 총격 살해한 혐의로 백인 남성 그레고리 맥마이클(64)과 그의 아들 트래비스 맥마이클(34)을 체포했다.
지난 2월 23일 알버리가 맥마이클 부자(父子)의 총에 맞아 숨진 지 74일 만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알버리의 총격 사망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뒤늦게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알버리 유족 측 변호사가 입수해 공개한 이 영상에는 알버리가 백인 남성의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평소와 같이 조깅을 하던 알버리는 픽업트럭을 타고 쫓아온 맥마이클 부자와 마주쳤다.
전직 경찰이었던 그레고리 맥마이클은 강력한 위력의 357매그넘 탄환을 장착한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고, 트래비스 맥마이클은 산탄총을 움켜쥐고 있었다.
알버리는 트럭을 피해 계속 조깅을 하려 했지만, 맥마이클 부자가 그를 제지하며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알버리는 총 3발을 맞아 현장에서 즉사했다.



맥마이클 부자는 사건 당시 알버리가 강도라고 의심해 추격했고, 알버리가 폭력을 행사함에 따라 자기방어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해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도 맥마이클 부자의 행동은 '시민의 범인 체포권'(citizen's arrest)을 규정한 조지아주 법률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시민의 범인 체포권'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영상이 공개되면서 총기로 무장한 백인 남성들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청년을 무고하게 살해했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확산했다.
온라인에는 "내가 알버리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알버리의 추모 사진이 빠르게 확산했고, 미국프로농구(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우리는 매일 사냥당하고 있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백인 남성이 처벌받지 않은 것에 대해 정의가 아니라고 비판했고,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매우 끔찍한 사건"이라며 재수사를 약속했다.
결국 조지아 수사국은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고, 다음날 맥마이클 부자를 가중 폭행·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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