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빙하 빙하기 말기 하루 최대 50m까지 후퇴

입력 2020-05-29 16:07  

남극 대륙빙하 빙하기 말기 하루 최대 50m까지 후퇴
지구온난화 방치하면 이런 퇴빙 속도에 당면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의 대륙빙하(빙상)가 약 1만2천년 전 빙하기 말기에 하루 최대 50m까지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 현재 위성으로 측정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퇴빙(退氷)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스콧 극지연구소의 줄리언 다우데스웰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 대륙붕 해저에 물결처럼 형성돼 있는 '이랑'(ridge)을 분석해 얻은 이런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케임브리지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해저 60m 위에서 1m 미만의 바닥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자율주행잠수정'(AUV)을 활용해 남극반도 동부 라센 빙붕 인근 해저에 형성된 이랑의 고선명 이미지를 확보했다.
이랑은 퇴빙기에 대륙빙하가 지반과 분리돼 바닷물에 뜨기 시작하는 곳, 즉 '지반선'(grounding line)에서 12시간 주기로 바뀌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얼음층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바닥의 퇴적물을 다져 생성된다.



연구팀은 사다리의 가로대처럼 20~25m 간격을 두고 약 1m 높이로 형성된 이 이랑들이 남극의 마지막 퇴빙기 말기인 약 1만2천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이랑간 간격을 이용해 당시 빙하의 후퇴가 얼마나 빨리 이뤄졌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시기에 퇴빙이 하루 40~50m에 달해 연간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남극대륙에서 지반선 후퇴가 가장 급격한 곳으로 위성을 통해 측정된 '파인아일랜드베이'의 연간 1.6㎞에 비해 훨씬 빠른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을 태우고 가다 침몰한 인듀어런스(Endurance)호를 찾고 과학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웨들해 탐사'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부터 진행돼 왔다.
해빙(海氷) 상황이 좋지 않아 인듀어런스호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위성과 드론, AUV를 이용해 남극반도와 코츠랜드 사이에 있는 웨들해 일대의 빙하 상황을 유례없이 자세히 파악한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라센과 같은 남극의 빙붕은 해안의 75%를 덮고 있으며 댐처럼 내륙의 빙하가 바다로 쓸려 내려오는 것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빙붕의 아랫부분이 녹고 여름철에는 대기 온도가 올라 윗부분까지 녹아 내리면서 두께가 점점 더 얇아지고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빙붕이 받쳐온 빙하도 바다로 흘러들며 퇴빙도 빨라지고 있다.
웨들해 탐사에서 수석과학자 역할을 한 다우데스웰 소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빙하가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앞으로 수십년간 기후변화가 계속 빙붕을 약화한다면 비슷한 퇴빙 속도를 볼 수 있으며 이는 지구의 해수면 상승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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