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과 분노' 휩싸인 미 심장부…대통령교회 불·트럼프 벙커로

입력 2020-06-01 16:27   수정 2020-06-01 16:59

'화염과 분노' 휩싸인 미 심장부…대통령교회 불·트럼프 벙커로
수도 워싱턴DC 시위 사흘째…WP "평화롭게 진행되다 어두워지자 격렬"
시위대 불지르고 경찰 최루탄 대응…백악관, 야간소등·반경 1마일 봉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의 심장부에 또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이 연일 들끓는 가운데 백악관이 위치한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사흘째 이어졌다.
일요일인 31일(현지시간) 야간 통행금지령에도 일부 시위대는 건물 유리창을 박살 내고 차에 불을 질렀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워싱턴 기념비 근처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백악관은 거의 모든 야간 조명을 소등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이자 지하벙커로 피신하기도 했다. 백악관도 안전하지 않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NYT는 "비밀경호국(SS)이 어떤 일로 대통령을 지하벙커로 이동시켰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백악관이 위협받을 때 대통령 신변보호를 위한 절차가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밤 백악관 반경 1마일을 봉쇄하면서 라파예트 광장 북쪽 지역에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백악관 인근의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 불길이 솟아 올라 소방관들이 경찰 호위 속에 재빨리 진화했다. 교회 측은 불이 사무실과 교회 유치원이 있는 교구 주택 지하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 대변인은 그 불로 큰 피해가 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불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세인트 존스 교회는 1815년에 지어졌으며, 미국 4대 대통령인 제임스 메디슨(임기 1809∼1817년) 이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예배에 참석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1월 취임식 날 이 교회 예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헤이 애덤스 호텔과 오벌 룸 식당을 포함해 전날 시위에서 피해를 본 사업장들은 문과 창문을 판자로 덧댄 상태였다. 헬리콥터가 내내 상공을 맴돌았다.
NYT는 "시장들이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일부 주는 주 방위군을 소집했지만, 전국에 확산한 시위를 막지 못했다"며 "일부는 폭력과 약탈로 얼룩졌다"고 전했다.



시위는 저녁까지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어둠이 내리자 일부 소규모 시위대가 불을 지르고 건물 창문을 깨부수기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한 시위자는 교회에 내걸린 성조기를 찢어서 불 속으로 던져넣기도 했다.
누군가 스프레이로 '악마는 길 건너에 있다'고 낙서했다.
화장실과 관리사무소가 있던 한 건물도 화염에 휩싸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형마트 타깃, TJ 맥스와 영화관 등이 입주한 쇼핑센터에도 침입 흔적이 발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일부 시위대는 전날 밤에도 비밀경호국 차량 3대를 파손했고, 로널드 레이건 연방 빌딩과 국제무역센터 건물을 공격하기도 했다.
앞서 뮤리얼 바우저 시장은 "오후 11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며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경찰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소집했다"고 밝혔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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