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최악인데 시장은 과열…'코로나 디바이드' 부른다

입력 2020-06-14 06:07  

실물 최악인데 시장은 과열…'코로나 디바이드' 부른다
코스피 낙폭 94% 회복…하락하던 부동산도 '꿈틀'
근로·사업소득은 줄어드는데 재산소득↑…"양극화 더 심화"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김남권 김다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 경제가 위기 상황을 이어가는 가운데 자산시장이 과열 징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총동원한 통화·재정정책이 실물과 시장 간 초유의 괴리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취약층을 중심으로 근로·사업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산가들의 재산소득만 늘어날 경우 빈부격차를 다시 한번 심화시키는 이른바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4일 주요 경제·금융지표를 보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유례없는 괴리 상황을 보인다.
코스피 지수는 12일 2,132로 마감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면서 이날 지수가 2.0% 급락했으나 여전히 2,100선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 사태 직전 고점이 2,267(1월 22일), 저점이 1,457(3월 19일)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미 83%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 8일 장중 고점 2,217을 기준으로 하면 낙폭의 94%를 회복했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1일 730선을 돌파해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수혜를 입은 바이오주가 시장을 이끈 결과다.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10일 1만 고지를 넘었다. 1971년 출범 이후 49년 만에 만들어낸 최고가다.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수는 9,588로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대표적인 자산시장 중 하나인 부동산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용산 정비창 개발 계획, 잠실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개발 사업, 현대차그룹의 강남구 삼성동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사업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급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올라가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2% 상승하면서 3월 둘째 주(0.02%) 이후 13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군포와 인천, 안산 등 조정지역에서 집값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자산시장은 과열 징후를 보이고 있지만 실물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이 6.0% 감소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고용시장 역시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5월 취업자 수는 39만명 이상 감소했다. 지난 3월(-19만5천명)과 4월(-47만6천명)에 이어 석 달째 감소를 의미한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10월∼2010년 1월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실업자와 실업률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통화·재정정책이 자산시장 과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75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비롯해 총 25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기업과 가계가 민간 금융사에서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4월 통화량(M2·광의통화)이 3천18조6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천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도 두 달 새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0.5%로 사상 최저수준이다.


금융시장과 학계에서는 실물경제 위기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전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 풀기를 중단할 수 없는 만큼 증시나 부동산이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잠시 출렁이더라도 결국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근로 형태가 불안정한 근로자들과 영세 자영업자의 근로·사업소득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산가들의 재산소득은 늘어 양극화가 극도로 심화할 것을 염려하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도 금융사들은 연체 염려 때문에 어려운 가계·기업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면서 "결국 풀린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흘러가 머니게임의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초저금리 시대에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쓰면 증시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은 부가 커지는데 그렇지 않은 계층은 소득이 계속 줄어드니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pee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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