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제조업계 "줄도산 위기…50년간 다져온 생태계 무너질 수도"

입력 2020-06-17 14:04  

항공제조업계 "줄도산 위기…50년간 다져온 생태계 무너질 수도"
정부 "피해현황 파악해 지원방안 마련"



(사천=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대외적으로 좋아질 조짐이 안 보여 막막한 상황입니다."
항공기 원자재 제조업체 디엔엠항공의 황태부 대표는 17일 "지난주 협력업체 상황을 파악해보니 700명 정도가 휴업을, 800명이 휴직을 한 상태"라며 "지금 이대로라면 관련 업체 80% 정도는 휴업 또는 휴직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우리나라 대표 항공산업 단지가 위치한 경남 사천.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제작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한낮인데도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문을 닫은 식당과 상점도 많았다.
업체들 사이에선 50년간 다져온 항공 제조 인프라가 불과 몇개월 만에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듯 보였다.
항공기 제조업은 운송업계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시차를 두고 나타나 4월 말부터 타격이 현실화했다.
미국 보잉 등에 항공기 부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 아스트[067390]는 지난달 1일부터 두 달 간 휴업에 들어갔다.
또 다른 부품 제조업체 하이즈항공[221840]도 5월 중순부터 전체 인력의 50%만 근무 중이다.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 순환 근무나 주4일 근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항공산업을 양분하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생산량 감축에 들어가면서 국내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보잉은 최근 몇 년간 연쇄 추락사고로 737맥스의 생산을 중단했다가 최근 점진적으로 재개했으나 곧바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보잉은 4월부터 시애틀 공장 생산 중단을 무기한 연장했다. 에어버스는 주력 기종인 A320 기종의 생산을 월 60대에서 36대로 절반 가까이 감산했다.
컨설팅기업 롤랜드버거는 향후 10년간 전 세계 신규 항공기 납품 대수가 당초 예측보다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발생 전에는 2만1천760대를 전망했으나, 기존 전망치에서 48% 하락한 1만1천280대로 조정했다.
특히 민간 항공기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항공제작사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 역시 매출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업계는 주요 부품업체 60곳의 올해와 내년 매출이 예년보다 총 3천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가 장기화하면 지역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항공산업 생산의 65%를 점유하는 경남지역은 이대로 가다간 협력 업체가 줄도산하고, 고급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 어렵게 다져놓은 항공 제작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업계 맏형격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물량 단가를 인상하고 긴급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 지원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와 경남도의회 등은 '항공제조업 생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의 지원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이들은 "그동안 대다수 항공제조업계는 글로벌 항공기 제작 물량 증가 계획에 따라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했으나, 지난 1월 보잉 737맥스 중단과 코로나 영향으로 생산물량이 급감해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로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7대 기간 산업에 항공제조업을 포함해 특별금융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7대 기간산업에는 항공운송업은 들어가 있지만, 항공제조업은 빠져있다.
아울러 특별고용지원업종,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및 고용위기 지역 지정 요건을 완화해 항공제조업계가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도 이들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업체별 피해 상황 등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라며 "이를 토대로 지원 대책을 업체별 또는 업종별로 접근할 것인지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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