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합의 집착' 엿보인 트럼프…미소짓는 시진핑

입력 2020-06-23 17:57  

'무역합의 집착' 엿보인 트럼프…미소짓는 시진핑
백악관 참모 '실언' 트윗으로 직접 바로잡아 속내 드러내
중국, 무역합의 미국 추가 공세 막을 카드로 활용 의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간 파기 우려가 지속해 제기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원만히 이행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백악관 내 강경 대중 매파인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나가 미중 무역 합의 폐기가 결정됐다고 언급하는 '방송사고'를 내자 부랴부랴 트위터를 날려 메시지를 직접 발신한 것이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에 관한 백악관의 메시지 혼선은 세계 시장을 한바탕 뒤집어놓고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선을 목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여기는 1단계 무역 합의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그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 "'승리' 외형 절박하게 유지하려는 트럼프"


일부 전문가들은 치열한 미중 갈등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노선'을 드러내는 악수를 뒀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23일 연합뉴스에 "적어도 현재의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읽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중국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이클 에버리 라보뱅크 이코노미스트 역시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현시점에서 트럼프는 '승리'의 외형을 절박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꼬집었다.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을 다급히 부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최근 그가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부각하면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중국에 엄포를 놨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처 실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초래한 국내 혼란 등으로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과시하는 1단계 무역 합의에 더욱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경제적으로는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아 주가 고공행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이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대외 정책 측면에서는 북미 관계가 다시 급전직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모험을 감행해가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톱다운 외교'를 통해 얻어내려던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도 어려워진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향후 2년간 2천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막대한 미국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1단계 무역 합의까지 없던 일로 하고 중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하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단계 무역 합의로 중국이 사기로 한 상품에는 농산물이 대거 포함돼 자신의 표밭인 '팜 벨트' 표심에 기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큰 영향을 줄 거라는 얘기도 많다.

◇ 무역 합의를 대미 압박 카드화하는 중국


중국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파고들어 가면서 미중 무역 합의를 미국의 대중 추가 공세를 차단할 카드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최신 입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류허(劉鶴) 부총리의 입에서 나왔다.
류 부총리는 지난 18일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陸家嘴) 금융 포럼에 축사에서 "마땅히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공동으로 중미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내지 재협상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줄곧 1단계 무역 합의 이행 의지를 피력해왔기에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하자는 그의 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미국을 향해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데 있다.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이행할 의향이 있지만 상대인 미국이 자국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계속 가한다면 미국 상품 대량 구매를 핵심으로 한 합의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음을 넌지시 내비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의 중국 측 수석 대표였던 류 부총리는 지난 1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에 직접 서명을 한 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에 무게감을 더한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어느 정도 성공해 경제를 상당히 정상화했으면서도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인 농산물 등 미국 상품 대량 구매 속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을 향한 무언의 압박 메시지인 셈이다.
코로나19, 홍콩 등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미중 갈등이 이미 신냉전에 비유되는 지경까지 이른 가운데 중국에 1단계 무역 합의는 미국과의 파국을 막을 안전장치로 여겨진다.
미중 갈등 격화 와중에 일각에서 미국이 중국을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것 같은 '핵폭탄'에 비유되는 조치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이 대중 추가 강경 조치에 나선다면 1단계 무역 합의는 유지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구속을 받는 이상 중국은 적어도 미국 차기 대선까지는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고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큰 타격을 받은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등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 "대선까지 중국 '대량구매' 안하면 무역 바주카포"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1단계 무역 합의의 온전한 이행이 이미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어서 결국에는 1단계 무역 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향후 일정 기간 중국의 '구매 실적'에 따라 1단계 무역 합의에 집착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금세 변할 수 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만 365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액은 34억 달러에 그쳐 예년보다도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의 '의지' 여부를 떠나 다른 상품의 구매 확대에도 여러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석유류 가격 폭락과 석유 제품 저장 공간 부족으로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따른 액수를 기준으로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맞추기가 어려워진 면도 있다.
또 무역 합의 리스트에는 미국 보잉 여객기도 포함되지만 구매자로 나서야 할 중국 국영 항공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결국 중국이 오는 11월 대선 직전까지 트럼프 흡족해할 만한 뚜렷한 '구매 실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전면적인 '중국 때리기'로 대선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에버리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중국이) 미국 대두를 조만간 대량으로 사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무역 바주카포'를 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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