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경제징벌' 가하던 중국, 인도엔 "차별 말아라"

입력 2020-07-01 12:08  

타국에 '경제징벌' 가하던 중국, 인도엔 "차별 말아라"
중국이 자주 쓴 '사드식 비공식 제재', 이번엔 인도가 중국에 가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장 원칙에 근거해 책임감 있게 해외 투자자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6월 30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를 향해 던진 말이다.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 중국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59개의 사용을 금지하자 이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주인도 중국 대사관은 더 강도 높은 성명을 내놓으며 '단호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 대사관은 "중국의 일부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한 인도의 조처는 차별적인 것으로 이유가 모호하다"며 "이는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자국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상대방 국가에 툭하면 '경제 징벌'을 가하던 중국이 이번에 인도로부터 거꾸로 '경제 보복'을 당하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자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간주하면 상대방 국가의 경제적 약점을 이용하는 경제적 공격을 자주 가한다.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분쟁 때 중국에서는 관영 매체들의 선동 속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불붙어 1년 만에 일본 자동차의 중국 수출이 32% 급감하는 등 일본 기업들이 큰 손실을 봤다. 당시 중국은 하이테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다방면으로 일본 경제를 압박했다.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이후에는 한국이 중국의 비공식 제재의 대상이 됐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뚝 끊어져 한국 관광·유통·숙박업계가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한국 제품 불매 운동에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는 '융단폭격'식 행정 제재가 가해지면서 결국 롯데는 할인점 등 유통 분야에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좀처럼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게임 업계도 큰 피해를 봤다. 일부 한국의 인기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사드 배치 이후 한국 게임은 아직도 단 한 개도 영업 허가 번호인 판호(版號)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2010년 중국의 인권 운동가인 고 류샤오보(劉曉波)에게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한 적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에 동조해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호주가 중국의 비공식 경제 제재의 목표물이 됐다. 중국은 무역에서 관광,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호주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모든 보복 조치를 동원하고 온갖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중국이 타국에 가하는 '경제 제재'의 중요한 특징은 '비공식적'이라는 점이다. 관광객 송출 중단 등 불매 운동은 사회 분위기를 헤아린 업계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포장된다. 식품 수입 중단 등 조치에는 표면적으로는 질병 확산에 따른 검역과 같은 '기술적'인 이유가 제시되곤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안보 우려를 앞세운 인도 정부가 중국 애플리케이션 제재는 중국의 그간 행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과 국경 분쟁 이후 나온 조치의 목적이 너무나 선명해 보이지만 인도는 표면적으로는 중국의 앱들이 인도의 주권, 안보, 공공질서를 침해해 이번 제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에서 불붙은 중국 제품 불매 운동과 인도 정부의 '비공식 제재'로 중국 업계는 작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가 13억5천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어서 첨단 분야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은 인도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틱톡만 해도 인도 내 사용자는 1억2천만명으로 추산된다. 또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3위로 10%대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을 제외하면 샤오미, 오포,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이런 탓에 중국은 인도와 분쟁이 더욱 격화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과 인도 양국의 실무 영역의 협력은 서로 윈윈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협력의 틀에 손해가 가는 것은 실제로는 인도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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