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협약식 직전 무산된 노사정 대타협…민생의 비명 들리지 않나

입력 2020-07-01 14:56  

[연합시론] 협약식 직전 무산된 노사정 대타협…민생의 비명 들리지 않나

(서울=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 온 전대미문의 보건·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좌절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경영계, 정부가 참여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지난 5월 20일 출범 이후 40여일간에 걸친 밀고 당기기 끝에 최종 합의안까지 만든 터였다. 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양대 노총 위원장, 경영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총리공관에서 협약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행사 시간 15분을 남겨놓고 돌연 민주노총이 불참을 통보해 일정이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 산하 협의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꺼리는 민주노총을 설득해 원포인트로 어렵게 성사됐다. 대타협이 이뤄질 경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참여한 완전체 노사정 합의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강경파를 중심으로 대화의 결과를 부정함으로써 국난 극복이라는 타이틀을 단 노사정 대타협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합의안에서 경영계는 고용 유지에 최대한 협력하고 노동계는 경영 위기를 맞은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국민취업 지원제도 시행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민생을 지키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사회안전망으로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비록 구체성이 떨어져 실천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소지는 있지만,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고, 정부가 정책과 재정으로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서로 최선을 다한 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정이 똘똘 뭉친 상생 노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타협안조차 지켜내지 못한 마당에 앞으로 사회적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좌절감과 비관론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결렬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16.4% 많은 1만원을, 경영계는 2.1% 적은 8천410원을 제시해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리 경제가 처한 객관적 현실은 암울하다. 수출과 내수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고 실업자는 넘쳐난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0.9% 감소했다. 그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다. 전날 발표된 5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 뒷걸음질했다. 4월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5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취업자는 39만2천명이나 줄었다. 일자리 대란은 임시·일용직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1.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배가 망망대해에서 폭풍을 만나 흔들리고 물이 샐 땐 우선 선원들이 힘을 모아 살아남고 봐야 한다. 노사정 대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정이 더 지혜를 모아서 대화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직 대화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민주노총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길 바란다.

민주노총은 전시상황에 비견되는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맞아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내 최대의 노동자단체에 걸맞은 보다 성숙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주노총의 내분을 보면 대표 노조답게 의사 결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번 사회적 대화의 최종안이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제안한 사회적 대화의 취지에 맞게 주요 내용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으나 내부에서는 이를 야합으로 규정하고 김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막았다. 강경파는 이번 노사정 합의를 노동자 살리기가 아니라 자본가와 기업 살리기라고 주장했으나 자칫하다간 기업도 일자리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지 못하고 명분에 지나치게 매몰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진정 위기 극복 의지가 있다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하고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정부와 경영계도 민주노총의 상식을 벗어난 몽니에 휘둘려선 안 되겠지만 합리적이고 절실한 요구라면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포용력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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