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라임펀드 피해 전액배상…투자자 속인 당연한 대가다

입력 2020-07-01 17:20  

[연합시론] 라임펀드 피해 전액배상…투자자 속인 당연한 대가다

(서울=연합뉴스) 대규모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플루토 TF-1호) 투자 피해자들에게 판매사들이 투자 원금을 전액 돌려주라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위원회는 투자자가 분쟁 조정을 신청한 108건 중 대표유형 4건을 골라 심의한 끝에 모든 건에 '착오에 의한 계약'을 취소하고 원금 100%를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이 투자 원금의 전액 배상 판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과 키코(KIKO) 사태 때는 각각 최고 80%, 41%의 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분조위가 조정안을 내놓은 것은 4건에 불과하지만, 대표 유형만 골라 심의해 내린 결정이기에 판매사들이 펀드의 부실을 인지한 2018년 11월 이후 가입한 투자자 모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판매사들은 결정을 통보받은 뒤 2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분조위가 사상 처음으로 투자원금 전액 배상 결정을 내놓은 것은 운용사가 투자자들을 속인 정도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짓 정보로 선량한 투자자들을 속이고 사기를 쳤다면 응당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의 플루토 TF-1호 펀드는 펀드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그룹(IIG)' 등 5개 해외 무역금융 펀드에 투자한 상품이다. 이 중 IIG 펀드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라임 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이를 알게 된 것이 2018년 11월이다. IIG 투자금 2천억원 가운데 1천억원의 손실 가능성을 인지한 것도 그즈음이다. 투자한 펀드에서 이런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면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펀드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순서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이 한 짓은 그와는 정반대다. 계약 시점에서 이미 투자원금의 최대 98%의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았고,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위험도, 환매 여부 등의 주요 정보를 거짓으로 기재해 판매사에 제공했다.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을 속이고 투자금 손실이 불 보듯 뻔한 펀드 상품을 팔도록 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손해가 확실하게 예상되는데도 펀드 상품을 거짓 정보로 팔았다면 분명한 사기다. 그런데도 금감원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민법 제109조)를 적용한 것은 신속한 투자자 피해 복구를 우선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플루토 TF-1호는 2018년 이후에만 우리은행(650억원), 신한금융투자(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등 4곳에서 1천611억원어치가 팔렸다.

2015년 규제 완화조치로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사모펀드 부실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1천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를 몰고 온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대해서도 모든 영업을 정지시켰다. 옵티머스는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모은 뒤 실제로는 대부업체의 부실 사모사채를 펀드에 대거 편입시켰다고 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노후자금 등을 안전하게 굴릴 것이라고 믿고 안정성을 강조한 펀드에 돈을 넣었는데 이 펀드가 부실 덩어리였다면 어떤 심정일까. 옵티머스가 운용 중인 펀드는 현재 46개, 설정액은 5천151억원 규모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투자자와 약속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 대신 왜 부실 사모사채를 담았는지를 캐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가 투자자에게 만기 약정금액을 돌려주지도 못할 만큼 곪아 터지는 상황까지 오게 된 데는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도 크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실태점검에 나섰고, 옵티머스도 점검했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니 잇단 사모펀드 부실 사태의 관리 감독 문제도 철저히 짚어보기 바란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했던 것은 한국기업들을 노리는 외국계 헤지펀드에 맞서 토종자본을 키우려는 선한 목적이 있었다.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자기자본 요건을 60억원에서 10억원까지로 대폭 낮췄다. 그래서 전체 펀드 규모가 2015년 200조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412조원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외형이 커지면서 부실도 덩달아 커지고 투자자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다면 차제에 제도 전반을 꼼꼼히 살펴 보완해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선량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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