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한 살=사람 서른 살? '곱하기 7'은 틀렸다

입력 2020-07-03 15:49  

반려견 한 살=사람 서른 살? '곱하기 7'은 틀렸다
개의 노화 속도, 수명 3분의 1까지 매우 빨라
DNA 메틸레이션 대조 분석 결과, 저널 '셀 시스템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함께 사는 반려견이 사람으로 치면 몇 살이나 됐는지 궁금해하는 애호가들이 많다.
널리 알려진 공식은 7을 곱하는 것이다. 반려견 나이에 7을 곱한 값이 대략적인 사람 나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공식이 틀렸다는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와 노화 정도를 함께 보면 대체로 반려견은 이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개의 나이와 사람의 나이는 '곱하기 얼마' 식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반려견의 나이에 따라 노화의 진행 속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려견은 어릴 때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다가 수명의 3분의 1 정도가 지나면 노화 속도가 뚝 떨어지는 패턴을 가졌다.
이 연구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트레이 아이데커 의학 생명공학 교수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3일 저널 '셀 시스템스'(Cell Systems)에 실렸다.
연구팀은 사람과 개에게 평생에 걸쳐 생기는 'DNA 메틸레이션 마크'(methylation mark)에 주목했다.
사람의 얼굴 주름이나 흰머리를 보고 나이를 짐작하듯이, '유전체의 주름'과 같은 이 마크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후성유전학에서 메틸레이션은 유전자를 침묵하게 하는 화학적 변화를 말한다. 유전자를 켜는 아세틸레이션(Acetylation)의 반대 개념이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아이데커 교수는 "한 살 먹은 개의 생리적 성숙도를 생각하면, 생후 9개월 된 개도 새끼를 낳을 수 있다"라면서 "놀랍게도 한 살 먹은 개의 노화(또는 성숙) 정도는 서른 살 먹은 인간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대형견으로 분류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104마리를 실험 모델로 삼아 메틸레이션 변화 패턴을 인간의 그것과 비교했다. 이들 반려견의 나이는 생후 수 주부터 16세까지 분포했다.
여기서 나온 게 '인간 나이 = 16 ln(반려견 나이)+31'이라는 함수 공식(아래 그래픽의 D 참조)이다. 개의 나이가 정률 계산에 의해 사람 나이로 환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공식에 집어넣으면 생후 8주 된 개는 생후 9개월 된 아기와 비슷하다. 둘 다 이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또한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평균 수명(12세)은 인간의 평균 수명(70세)과 대략 들어맞는다.
인간이나 반려견이나 마찬가지로 노화를 가져오는 메틸레이션은,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집중해 생긴다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개체가 성숙해져 성장을 멈추면 발달 유전자도 대부분 비활성 상태에 들어간다. 하지만 유전자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는다는 게 메틸레이션 분석을 통해 나온 결론이다.
연구팀은 성장 정지 이후에 내연(內燃)하는 발달 유전자에 초점을 맞춰, 여러 다른 동물 종의 나이와 생리적 노화 단계를 한꺼번에 측정하는 일종의 '후성유전 시계'를 개발했다.
이 후성유전 시계는 여러 동물 종을 아울러 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동물 치료의 선행 검사로도 활용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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