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료 인프라 '빨간 불'…병원 18곳 진료 거부 끝 환자 사망

입력 2020-07-04 12:30  

인도 의료 인프라 '빨간 불'…병원 18곳 진료 거부 끝 환자 사망
"코로나19 병상, 환자로 가득"…경찰은 수사 착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 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이른 인도에서 병원 진료 거부로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BBC뉴스는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서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인 한 남성이 병원 18곳에서 퇴짜를 맞은 끝에 숨졌다고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왈랄 수자니(52)라는 남성이 최근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호소하자 가족은 그를 급히 집 근처 바그완 마하비르 병원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병원은 엑스레이 촬영 등을 마친 뒤 수자니를 데리고 가라고 통보했다고 가족은 주장했다.
이후 가족은 구급차를 동원해 병원을 전전했지만 입원하지 못했다. 수자니는 결국 한 병원 입구에서 숨졌다.
수자니의 아들은 가족들이 병원 18곳을 방문하며 120㎞를 다녔지만, 입원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현지 병원 9곳 등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

인도 의료 체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 병상이 남아 있으며 추가 임시 의료 시설도 대거 확보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환자들은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진료 거부를 당하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자니가 찾았던 바그완 마하비르 병원 측도 "수자니가 왔을 때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이 모두 찬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다만 "우리는 산소 공급와 기본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가족의 진료 거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중부 대도시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 입원한 30대 남성이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지 못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숨지기 직전 남긴 영상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며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나는 지난 3시간 동안 간청했지만, 산소를 공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남성도 10곳의 민간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당한 끝에 지난달 24일 가까스로 입원했지만 결국 제대로 치료를 받지는 못한 것이다.
뭄바이와 뉴델리의 일부 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옆에 시신이 방치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델리 인근 노이다의 한 임신부는 지난달 5일 입원 가능 병원을 찾으며 13시간 동안 이동하다가 구급차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한편,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3일 인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 2만90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 수는 62만5천544명으로 늘어났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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