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순수한 의도 왜곡" vs 이스타 "셧다운 지시 명백"

입력 2020-07-07 18:14  

제주항공 "순수한 의도 왜곡" vs 이스타 "셧다운 지시 명백"
제주항공은 "동반 부실 우려"…이스타는 "두달 전부터 대화 응하지도 않더니"
양사 '진실게임'에 M&A 무산 가능성 더 커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이 7일 이스타항공에 대한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등에 대해 조목조목 부인하자 이스타항공이 재차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며 양측의 '진실게임' 양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며 M&A는 끝내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셧다운, 양사 협의? 명백한 지시?
항공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3월부터 진행된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양사 대표의 통화 녹취 파일과 임원진 간담회 회의록 등을 공개하며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인력 구조조정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상 어려움에 따라 양사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 운항중단 조치를 마치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매도한 것은 당시 조업 중단, 유류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아 어려움을 겪던 이스타항공을 도와주려던 제주항공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이미 '갑을관계'인 상태에서 거절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당시 셧다운 조치는 명백한 제주항공의 지시였다"고 재반박했다.
구조조정 지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전날 이스타항공 노조는 총 405명에게 총 52억5천만원을 보상하는 내용의 희망퇴직 계획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며 구조조정이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이에 대해 "3월2일 주식매매계약(SPA) 이후 양사가 3월9일 12시 첫 미팅을 했고 그날 오후 5시께 이스타항공에서 제주항공으로 보내준 엑셀 파일의 내용과 완전히 동일하다"며 "이것은 이스타항공이 이미 해당 자료를 작성해뒀다는 것"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측은 "노조가 공개한 문서는 자구 노력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한 문서로 실제로 실행되지 않았고 실행할 목적도 없었던 것"이라며 "실제 구조조정은 3월말 셧다운 이후부터 제주항공이 제시한 규모와 기준에 의해서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 M&A 지연 책임은 누구에게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 자료에서 M&A 지연의 책임을 이스타항공으로 돌렸다.
제주항공은 이날 베트남 기업결합심사가 끝나 국내외 결합심사가 모두 완료되면서 제주항공이 수행해야 할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됐기 때문에 M&A가 마무리되려면 이스타 측의 선행 조건이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난을 겪던 이스타항공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 보증금 119억5천만원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로 투입하는데 동의한 점 등을 예로 들며 인수 계약 이행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은 5월7일 이후부터 어떤 대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며 "문서를 통해서만 얘기하자고 해 논의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스타항공 안팎에서는 베트남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두 달 가까이 지연된 것도 제주항공이 제때 서류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제주항공은 "타이이스타젯 보증 문제가 해결됐다는 증빙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스타항공은 "계약 변경 당사자인 리스사가 합의한 문건을 양쪽에 이메일로 보냈는데 증빙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최근 들어 주장하는 선행 조건은 대부분 자금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며 "이는 SPA 이전부터 인지한 내용이며 계약서에 있는데 이제 와서 선행 조건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이상직 지분 헌납'은 200억? 80억?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의 지분 헌납 발표 이후 양사의 M&A는 더 꼬인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이미 설정돼 이스타 측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는 없다"며 "이 의원의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상황대로 딜을 클로징하면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천700억원과 향후 발생할 채무를 제주항공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이스타항공 측은 "계약내용 변경을 통해 조정하면 150억∼200억원의 자금을 임금체불에 사용할 수 있다"며 "근질권 당사자가 제주항공이고, 얼마든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의 주장대로 추가 귀속금액이 80억원에 불과하다면 체불 임금과 미지급금을 해결하라는 요구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입장이다.
한편 제주항공은 최근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 인수계약에서 제주항공이 매수하려는 지분의 정당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해당 지분 인수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M&A 무산 가능성 커져
양사의 '진실게임'이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M&A 무산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김현미 장관이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당부했음에도 양사의 갈등이 워낙 깊어 무산 기류를 되돌리기에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에 대해 '동반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나 M&A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인 만큼,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해 갚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제주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의 선행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밝힌 대로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가 1천700억원에 달한다면 일주일 내에 이스타항공이 이를 해결할 자금력이 사실상 '제로(0)'라는 점에서 결국 파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셧다운과 구조조정, 체불임금 등에 대해 제주항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지만 딜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공개를 유보하겠다"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이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또 "M&A 주체는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고, 통화 내용이나 회의록 등은 노조가 공개한 것인데도 제주항공이 '이스타 측'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해 계약 주체가 부도덕한 것처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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