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못 댔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이젠 편집할 수 있다

입력 2020-07-09 15:31  

손도 못 댔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이젠 편집할 수 있다
세균 독소 기반의 편집 도구 개발…인간 미토콘드리아서 높은 정확도 확인
미 하버드대·MIT·워싱턴대 공동 연구,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질병과 주요 생물학적 기능 중에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와 연관된 게 적지 않다.
그런데 세포핵의 DNA를 편집하는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쓸 수 없다.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 위치를 찾으려면 '안내 RNA(guide RNA)'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토콘드리아의 외막도 단백질이 통과한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외막에 접근 가능한 RNA 운반 경로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던 차에 미국 브로드 연구소와 워싱턴대 의대 과학자들이 미토콘드리아 DNA를 정밀 편집하는 분자 도구를 사상 최초로 개발했다.
브로드 연구소는 미국 하버드대와 MIT(매사추세츠공대)가 공동 설립한 생물 의학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은 세균 독소를 기반으로 개발한 이 편집 도구를 인간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 시험해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염기가 교체되는 걸 확인했다.
장차 이 편집 도구는, 질병을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 모델을 만들거나 암, 노화 등과 연관된 유전적 변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기대된다.
관련 논문은 8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지금까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변이에 관한 연구에선, 환자로부터 분리한 세포 또는 우연히 변이가 생긴 동물 모델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조건을 갖춘 실험 모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세포핵 유전자 편집에 많이 쓰는 일명 '크리스퍼(CRISPR) 편집 가위'도 RNA 의존성이 높아 미토콘드리아엔 쓰기 어려웠다.
해결의 실마리는 워싱턴 의대 연구팀이 발견했다.
한 병원성 세균(Burkholderia cenocepacia)이 생성하는 독성 단백질이 다른 세균의 2중 가닥 DNA에 변이를 일으킨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 독소의 작용으로 DNA 염기 시토신(C)이 우라실(U)로 바뀐 세균은 사멸했다. 우라실은 흔한 피리미딘 염기로 RNA에만 존재하고, DNA에선 티민(T)이 우라실 역할을 한다.
특히 2중 가닥 DNA를 표적으로 삼는 부분이 연구팀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아미노기 이탈 효소(deaminases)는 단일 가닥 DNA에만 작용해 편집 도구로서 한계를 보였다. 아미노기 이탈 효소는 탄소와 결합한 아미노기를 분리하는 가수분해효소를 총칭한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이 단백질의 구조와 특성을 확인한 뒤 DddA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단백질은 크리스퍼 편집 기술이나 RNA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토콘드리아 DNA를 편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백질의 독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DNA를 편집하면서 세포를 손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독성 단백질을 두 개로 쪼개 비활성 상태로 길들였다가, 표적 유전자 위치에 나란히 붙여 재활성화하는 방법을 썼다.
반쪽 두 개를 DNA 결합 단백질에 묶어 하나로 합치면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 양쪽의 DNA에서 표적 시퀀스(염기서열)를 찾아내 결합했다.
이렇게 재활성화된 복합체는 결합 위치의 염기 시토신을 우라실로 바꿨고, 궁극적으론 아데닌(A)은 티민(T)과, 시토신은 구아닌(G)과 상보적으로 짝을 이루는 편집 패턴을 보였다. 이 재활성 복합체는 DdCBE로 명명됐다.
인간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서 유전자 5개에 DdCBE를 테스트한 결과, 50%에 가까운 정확도로 DNA를 편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브로드 연구소의 밤시 모타 신진대사 프로그램 디렉터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게 된 건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만하다"라면서 "미토콘드리아 변이가 질병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낼 수 있고, 관련 분자 경로에서 개발된 약의 효과를 검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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