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사흘 앞으로…이스타 인수 놓고 고민 깊어진 제주항공

입력 2020-07-12 07:01   수정 2020-07-12 08:56

데드라인 사흘 앞으로…이스타 인수 놓고 고민 깊어진 제주항공
이스타는 직원 두달치 임금 반납 동의…노동부도 중재 나서
제주 "1천700억원은 미지급금 해결도 벅차"…정부 추가 지원 요구하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해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고 제시한 마감 시한(1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양사의 갈등이 깊어 M&A가 무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스타항공이 막판 타결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 반납까지 추진하며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고 있는 데다 정부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면서 제주항공의 고민은 더 깊어진 상태다.

◇ 이스타 직원들 임금 반납에 동의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측은 지난 10일 고용노동부와 면담한 자리에서 "체불 임금을 해소해도 (이스타항공의) 전체 미지급금의 15%밖에 되지 않는다"며 인수에 다소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천700억원에 달한다.
노동부는 앞서 지난 8일 이스타항공 노사를 잇달아 만나 체불 임금 해소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원들의 임금 반납 의지 등을 제주항공에 전달하며 중재에 나섰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양측을 만나 M&A 성사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직원을 상대로 2개월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투표를 진행하는 등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투표 결과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직원 1천261명 중 42%가 투표에 참여해 이 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사측에 각을 세운 조종사노조에도 임금 반납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리스료와 유류비 등의 미지급금을 놓고도 관계사와 협상 중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이스타항공에 오는 15일까지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해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각종 비용 감면 등을 추진해 최소 1천억원 미만으로 미지급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안다"며 "이를 토대로 제주항공에 인수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양사 간 논란이 됐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는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함에 따라 사실상 해소됐다는 것이 이스타항공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내부에서는 막판 타협을 통해 제주항공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와 노동부가 뒤늦게나마 M&A 성사를 위해 양측의 중재에 나선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 제주 "1천700억원 인수 금융으로는 부족"
제주항공은 여전히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중"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지난 7일 공식 입장에서 "선결 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못 박기는 했지만,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 반납 움직임과 정부의 중재까지 더해지며 제주항공의 대승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선결 조건 이행만 주장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제주항공조차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인 만큼 향후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여전히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천700억원의 인수 금융으로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을 해결하기도 벅차다"며 "선결 조건도 안 되고 미지급금이 쌓인 그대로 인수하면 엄청나게 많은 채무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설사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고 해도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을 회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또다시 고정비 지출 등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정부에 추가 금융 지원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시 1천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제주항공이 지난 7일 "이번 인수에 대해 '동반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 정권의 주요 정책 기조인 고용 유지를 위해 제주항공의 인수를 촉구할 수밖에 없다"며 "제주항공도 근로자 일자리 지키기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하겠다는 취지로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직원 1천700여명 중 수습 부기장 80여명이 지난달 3월 계약 해지된 데 이어 60여명이 희망 퇴직했고, 이후에도 100여명이 자진 퇴사한 상태다. 만약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돼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1천500명 안팎의 근로자가 거리로 나앉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가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도 부담이다.
또 이상직 의원의 지분 취득 과정과 편법 증여 등에 관한 의혹 역시 제주항공이 인수를 꺼리는 요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상직 의원의 지분 취득 과정은 결국 무자본 차입 매수(LBO) 방식"이라며 "검찰에 고발되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인수를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M&A는 결국 '최후통첩'의 마감 시한인 15일 전까지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 지원 여부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계약 파기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비난 여론 등을 고려하면 제주항공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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