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도 제주항공처럼?…아시아나 인수 포기하나

입력 2020-07-23 11:21  

HDC현산도 제주항공처럼?…아시아나 인수 포기하나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23일 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제 항공업계의 눈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현산)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상황에 쏠린다.
설마 했던 이스타항공 인수 '노딜'이 현실이 되자 교착 상태인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도 결국 물 건너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현산과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지난달 공식적으로 '재협상' 이야기가 나온 지 40일이 지나도록 아직 재협상 테이블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산 관계자는 이날 "아직 재협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고, 재협의를 위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라고 했다.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인수 선결 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상승에 의문을 제기하며 여전히 선결 조건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2월 금호산업[002990],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과 신주인수계약을 맺고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양측은 거래종결 시한을 올해 6월27일로 정하고 국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선결조건 충족을 위한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나갔다.
당초 4월 말을 목표로 인수 작업이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4월까지도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아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필요한 유상증자 등 후속 절차를 계획대로 밟지 못하면서 인수가 지연되기 시작했고, 현산이 정정공시를 통해 당초 4월30일이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예정일을 삭제, 변경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현산은 거래종결일을 '선행조건이 모두 충독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변경해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려운 항공업계 상황을 감안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마이너스 통장 형태인 한도 대출로 1조7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인수를 위한 측면 지원에도 나섰으나 현산은 인수를 서두르지 않으며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이런 태도에 정부·채권단이 인수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으나 현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채권단은 6월 초 현산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내 현산을 압박했다.
그러자 같은 달 9일 현산은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매매계약 체결 당시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으니 인수조건에 대해 재협의를 하자며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채권단은 인수 의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두면서도 곧 "협상 테이블로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달라"고 다시 현산을 압박했다.
당초 거래종결 시한으로 정했던 6월27일도 예외 조건에 따라 러시아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고 양측이 양해하면서 자연스럽게 6개월 연장됐다.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고, 지난 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몽규 회장과 만나 인수 성사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으나 현산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금호산업이 현산에 인수를 촉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현산은 역시 '묵묵부답'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산이 향후 채권단과 재협상에서 다툴 세부 조건을 다듬는 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산이 인수 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2천500억원의 계약금 환급을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상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아시아나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실익과 위험을 다시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채권단과 인수조건에 대해 다시 논의한 뒤 발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재협상에 들어간다면 채권단과 현산의 팽팽한 기 싸움이 예상된다.
금호산업에 줘야 할 구주 가격과 아시아나항공의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 아시아나항공 대출 상환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2조5천억원 규모의 인수 대금을 낮추려 할 공산이 크다.
정몽규 회장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아시아나 인수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결국 '승자의 저주'로 끝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아시아나 인수 결과는 항공업계 구조 재편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산이 결국 아시아나 인수에서 손을 떼면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 등 항공계열사 운명도 안갯속에 빠진다.
당초 '통매각' 대상이지만, 계열사와의 분리 매각이나 채권단 관리 등의 '플랜B'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업황이 어려운 만큼 당장 아시아나 재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인 뒤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높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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