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카고시, 콜럼버스 동상 야간에 기습 철거

입력 2020-07-25 09:11  

미 시카고시, 콜럼버스 동상 야간에 기습 철거
찬반 논란에 "무단 철거 시도 막고 공공안전 지키려는 것"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시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돼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야간에 기습 철거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시 당국은 이날 새벽 3시께부터 도심 번화가 그랜트파크와 인근 아리고파크에 각각 서 있던 콜럼버스 동상을 기중기로 들어내 비공개 장소로 옮겼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촉발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지난 17일 그랜트파크에서 콜럼버스 동상을 쓰러뜨리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은 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시 당국은 "시위대와 경찰 모두에게 위험한 무단 철거 시도를 막고 공공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처"라면서 "동상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임시 장소에 보관돼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57·민주)은 지난달까지도 동상 철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0일 "시내 기념물과 상징물의 적절성에 대해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입장 선회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시카고 아리고파크의 콜럼버스 동상은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개최된 1893년, 그랜트파크 동상은 시카고시 설립 100주년을 맞은 1933년 각각 설치됐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디딘 이탈리아계 탐험가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인물'로 기념됐다. 하지만 원주민 입장에서는 정복자이자 침략자라는 평가도 제기돼왔다.
시 당국의 동상 철거 소식이 전해진 후 주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스 스포세이토 시의원은 "도시 안전을 위해 내려진 최선의 결정"이라고 평했다.
주민 에프라임 마틴도 "내가 사는 곳이 치유가 있는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로자나 로드리게스 산체스 시의원은 "기념할 만한 인물을 다시 선택해야 한다"며 콜럼버스 동상의 영구 철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레이 로페즈 시의원은 "라이트풋 시장은 시의회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한밤중에 철거를 강행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나폴리타노 시의원도 "논의와 토론을 거쳐 시의회가 결정을 내리고, 심지어 법정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는 문제"라면서 "야밤에 몰래 동상을 끌어내린 후 급진 좌파들의 '취소 문화'(Cancel Culture)를 자랑스럽게 떠들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 시는 동상만 잃은 것이 아니라 품위와 미국의 정신마저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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