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주택 공급정책 성공의 가늠자는 결국 시장의 평가다

입력 2020-08-04 14:32  

[연합시론] 주택 공급정책 성공의 가늠자는 결국 시장의 평가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4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에 13만2천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큰 줄기다. 국방부 소유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81만㎡)과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강남구 서울의료원,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지, 용산구 옛 미군기지 캠프킴 등을 공공택지로 개발해 3만3천가구를 공급한다.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공급 가구를 당초 8천 가구에서 1만 가구로 확대하는 등 이미 발표한 공공택지의 용적률을 높여 2만4천 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신속한 공급 효과를 위해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공급 물량을 당초 3만 가구에서 6만 가구로 늘린다. 신규부지 확보의 원천적 한계 상황에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재건축 규제도 풀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참여를 전제로 재건축 단지가 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면 종 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기로 했다. 35층으로 묶인 서울 주택 층수 제한도 풀어 서울 한강 변 고밀 재건축 단지는 50층까지 올릴 수 있다. 이런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으로 5년간 총 5만가구를 공급한다고 한다. 확보할 수 있는 신규 부지는 확보하되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공공 참여를 전제로 고밀 개발을 통해 가능한 한 최대로 공급하자는 것이 이번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대상에서 일반 재건축은 빠졌다. 일반 재건축이 집값 불안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탓이겠지만 공급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관점에서 좀 아쉽기도 하다.

대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L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재건축이다. 공공기관의 참여로 장기 임대 주택과 무주택자, 신혼부부·청년들에게 공급하는 공공 분양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재건축 시행자인 조합에는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완화해주고 주거지역 종 상향 등의 당근을 주는 내용이다. 정부는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공공 참여'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서울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꽁꽁 묶었던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푼 것은 의미 있는 결단이다. 주변에 교통·교육·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 적지 않은 양질의 물량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한다.

층고제한이나 용적률 제한, 초과이익환수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이 부진했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이번 조치로 다시 활기를 찾고 실제 공급을 창출할지는 미지수다. 재건축을 시행하는 조합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공공 재건축 성공의 관건이다.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에 과도한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 받으면 장기임대주택 확보 등 공공성은 강화되지만, 재건축 수익성의 핵심인 일반분양 물량은 줄어 사업 참여의 유인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일반분양과 공공 분양, 장단기 임대 물량의 균형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이유일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정부가 기대했던 효과는커녕 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로 집값 폭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디테일한 정책 실행 과정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면서도 대척점의 시장 참여자인 조합원과 수분양자인 청약자의 복잡한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목표는 분명히 수도권 집값, 특히 서울 집값의 안정화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에서 형성된다. 주택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투기 수요의 억제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공급을 늘린다 해도 수요가 그 이상 늘어난다면 허사다. 시장 안정은커녕 재건축발 집값 급등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수요는 여러 변수에 의해 민감하게 영향받는 심리적 요소다. 공급 대책이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지, 물량은 충분한지,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는 합리적인 수준인지 등이 잠재적 수요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조합에 주는 인센티브가 과해도 모자라도 안 된다. 모자라면 재건축 참여의 유인력이 사라져서다. 7·10 대책 등 정부가 추진했던 대형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부동산 관련 세제가 국회 입법 문턱을 넘었고, 공급 대책까지 나왔으니 이제 정부의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 이러고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 정부와 여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 관련 모든 공급 조치에는 반드시 투기가 따른다. 이번 조치로 개발지 주변 지역에 투기 광풍이 일지 않도록 투기성 시장교란 행위는 철저히 차단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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