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말 잔치'…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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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08 07:07  

[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말 잔치'…현실 직시해야

[특파원 시선]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말 잔치'…현실 직시해야
"대통령궁·의회·대법원 이전"…인근 도시서 100㎞ 떨어진 숲
韓 행복청·LH 전문가 3명 인니정부 파견…"오히려 지금이 기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전기차와 드론 택시가 다니는 친환경 도시, 지구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마트시티, 두바이보다 더 좋은 도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를 대신해 보르네오섬 동칼리판만에 건설하려는 신수도를 유토피아처럼 묘사하지만 '말 잔치'에 그칠 뿐, 실제 현실화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원(Bappenas) 등 최신 자료를 종합해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신수도 1단계 이주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로 보인다.
지난 4월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공공주택사업부가 인프라 프로젝트에 할당된 대부분 예산을 코로나19 대응에 전용하기로 했다"며 "올해 수도 이전 예산 투입이 보류됐지만, 내년에 재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일간 콤파스 등이 보도했다.
당초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자바섬 인구와 경제력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며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까지 모두 신수도로 이전하고, 자카르타는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신수도 건설법을 올해 3월 발의하고, 7월에 착공하겠다며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와 마스터플랜(종합계획) 작성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국정운영 초점을 코로나 대응에 맞추면서 법안 발의부터 정부 이전계획·로드맵·재원 조달방안 등 구체적 계획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관련 예산도, 로드맵도 없으니 착공도 당연히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인도네시아 각 부처가 신수도 이전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의욕적으로 물밑작업은 하고 있지만, 대형도시를 개발해본 경험이 없고 부처별 이견 조율이 잘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매체들은 국가개발기획원과 공공주택사업부가 내세우는 신수도의 핵심 개발지가 다른 점등을 주목했다.



우리나라가 세종시를 건설한 과정을 보면 ▲ 2005년 3월 특별법 공포 ▲ 2006년 1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개청 ▲ 2008년 12월 정부청사 착공 ▲ 2009년 3월 첫마을 착공 ▲ 2011년 12월 첫마을 1단계 입주 ▲ 2012년 9월 총리실부터 이전이 이뤄졌다.
관련법 제정 후 행복청이 도로·하천·상하수도·교통·가스·발전소·쓰레기 처리·정부청사와 주택·상업지구 등 어떻게 도시를 만들지 실시계획을 짜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4조원을 투입해 부지를 조성하고 각각의 사업 주체에 공사를 발주했다.
세종시 건설 특별법 제정 후 정부청사 첫 입주까지 7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그나마 세종시는 대전시에서 10㎞ 떨어져 있기에 도로·상하수도·가스·전기 등 인프라 시설을 연결하는데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의 신수도 건설 부지는 인구 75만명의 발릭파판 시내에서 100㎞ 떨어져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선택한 부지는 대부분 나무를 키우는 조림지로, 직접 가 보면 아무런 인프라가 없다.
국가개발기획원은 5만6천 헥타르(560㎢)에 수도를 건설하면서 5천600 헥타르를 대통령궁 등이 위치한 정부 핵심지로 만들고, 6개 위성도시를 차례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 핵심지역 부지 자체가 기존 도시 발릭파판에서 100㎞ 뚝 떨어져 있어, 현재는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야 한다.
기존 배후도시 근처부터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도로를 비롯해 각종 초기 인프라 건설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330억 달러(40조원)의 신수도 건설 비용도 20%만 재정을 투입하고, 나머지는 국내외 민간에서 투자해 개발권으로 수익을 내라는 식이다.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동칼리만탄에 정말 해외 자본이 투자될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 친환경을 강조해 부지의 70%를 녹지로 묶고 일부 주택지역은 용적률을 400%로 계획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건축단가, 개발 효율성을 더 따져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건설에 국제적 관심이 쏠린 것은 사실이다.
아랍에미리트가 신수도 건설 등을 위한 인도네시아 국부펀드에 228억 달러(2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소프트뱅크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300억 달러(36조원) 이상 투자 의사를 밝혔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관심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도 눈독을 들이기에 한국 정부는 재빨리 인도네시아와 수도 이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행복청과 LH 전문가 3명을 올해 2월 인도네시아 공공주택사업부에 파견했다.
수도 이전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부처에 상주하는 외국인 전문가는 한국인들밖에 없다.



최형욱 행복청 부이사관은 2007년 행복청 출범 때부터 도시설계팀, 도시발전정책과, 도시디자인과, 대중교통팀장, 주택과장, 교통계획과장, 도시정책과장을 거친 '전문가'이다.
최 부이사관은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종시를 건설한 경험이 있기에 인도네시아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기본계획, 실시계획, 교통계획, 주택계획, 상하수도 계획 등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로 다른 해외 투자자들이 주춤한 지금, 이 순간이 한국에는 기회"라며 "신수도 건설 사업이 진행되면 토목공사는 현지 업체들이 할 수 있기에 한국은 스마트시티 구상, 스마트 물·폐기물 관리, 스마트 교통 구축사업 등에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H 윤희엽 차장은 "세종시 사업자로서 LH 사업모델이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접목돼 안정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총 2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 인도네시아 신수도권의 스마트 분야 설계 및 발전 계획을 수립해주고 한국 업체들에 참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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