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덩샤오핑 특종' 전문가가 들려주는 미중 패권 대결

입력 2020-08-10 07:33  

[차이나통통]'덩샤오핑 특종' 전문가가 들려주는 미중 패권 대결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 "한반도, 미중 전장되지 않으려면 독트린 필요"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현재 미중 패권 경쟁은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각오로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 사망으로 전 세계 특종을 했던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 출신 문일현(63) 중국 정법대 교수의 말이다.
문일현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이 한반도의 운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한국 또한 모호한 전략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고 '미중 외교 독트린'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1994년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뒤 1996년에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 주석을 단독 인터뷰했던 전설적인 인물이다.
이후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밟았으며 현재 중국 정법대 평화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이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임위원을 맡는 등 최고의 중국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중국에서 수십년간 미중 관계를 지켜봤던 그를 최근에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근 미중 양국이 총영사관 폐쇄에 이어 틱톡 등 갈등이 속출하고 있는데 어떤 양상인가.
▲ 과거에 미중이 특정 이슈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충돌했다면 지금은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형국이다.

-- 그렇다면 미중 양국의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 미국은 중국 공산당의 체제를 바꾸겠다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을 규합하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체제와 정권을 바꾸려는 나라를 그대로 둘 수 없어 총력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은 최소한의 경우 미국 대선이 끝나고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하든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되든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의 새로운 대중 정책이 나올 것이다. 아마도 그전까지는 미중간 긴장과 갈등이 지속적으로 증폭될 것이다.

-- 미중간 패권 대결 구도는 어떤가.
▲ 미국이 도전하고 중국이 응전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먼저 도발하지 않지만 미국이 건드리는 게 모두 핵심 이익이라 절대 물러나질 않을 거다. 중국은 핵심 이익에 대해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켜내겠다는 각오가 확고하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이든 아니든 간에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면 반드시 대응하겠다는 것을 보여줘서 미국이 갈등을 키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이 미중간 대결 구도를 서방 전체와 중국 간의 대결 구도로 바꾸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다극화와 다변주의를 주장하면서 미국이 짜는 구도에 말려들지 않고 돌파하려 한다.


-- 다변주의를 추진하는 중국의 정책이 먹혀들고 있나.
▲ 중국의 정책이 먹혀드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무력화시키면서 다자간 연합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다변주의에서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는 부작용과 거부감이 심해 내부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미중 패권 대결은 어디서 이뤄질 것으로 보나.
▲ 미중간에는 지정학적으로 4대 전장이 있다고 한다. 남중국해, 대만,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다. 이 가운데 미중이 추구하는 목표가 같은 곳이 한반도다.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어 한반도 문제에서만큼은 최근 충돌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만, 동중국해 문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신장(新疆) 인권 문제, 화웨이(華爲) 사태까지 생기면서 전장이 훨씬 다층적이면서 다변화됐다. 사실상 전방위로 격돌하는 셈이다.

-- 중국은 미국과 싸워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나.
▲ 중국 내부에선 신중론이 아직 우세하지만 나름대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미국의 국력이 중국을 굴복시킬 만큼 세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량이 높아져 서방 국가들도 드러내 놓고 중국을 적대하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영국은 최근 반중 기류가 강하지만 이탈리아나 독일은 중국에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다. 중국은 유럽연합(EU)이 통일되고 일치된 전략으로 중국에 대응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각국을 각개격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미중간 국지적 충돌 가능 지역으로 남중국해가 지목되는데.
▲ 과거 냉전 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이 대치할 때 그 중심은 유럽 지역이었다. 다만 유럽은 워낙 많은 인구가 있어 전쟁을 벌일 수 없었다. 미국은 당시 전술핵을 가지고 있었지만 쓸 수 있는 여건이 안됐다.
지금 남중국해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남중국해는 사람이 살지 않고 전술핵을 쓰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다. 중국은 자체 미사일로 미국에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전술핵을 사용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군사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다.

-- 미중간 전면전 가능성은.
▲ 전면전으로 가기에는 미중 모두 너무 부담스럽다.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주장을 무력화해 위상을 끌어내려 미국의 패권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만일 안되면 최소한 미국이 패권을 쥐는 시간을 연장해 보겠다는 게 미국의 셈법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리전 양상으로 붙게 되면 그 전장은 사실상 대만과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 간 시급히 평화 교류 협력을 정착시켜 한반도가 미중간 대리전의 장소가 되는 걸 피해야 한다.


-- 미중 갈등 속 한국의 대응 방안은.
▲ 미중 패권 다툼에서 한국은 외교적 원칙이 필요하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는 한국 말고도 호주, 대만, 싱가포르, 독일 등 많다. 한국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이런 국가들과 연합해 미중 갈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공감대를 마련해 연합전선을 펴야 한다.
한국은 안보, 경제 등의 분야에서 미중이 수용 가능한 이해 및 이익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미중에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는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곧 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만의 미중 외교 독트린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우리 역량이 너무 약해 독트린을 발표하더라도 관철할 힘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 군사 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역량을 가진 중견 국가임은 분명하므로 이제는 위상을 찾아야 한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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