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낙서에 침수까지…방치된 독립운동가 기념비들

입력 2020-08-10 08:08  

[에따블라디] 낙서에 침수까지…방치된 독립운동가 기념비들
민족역사가·독립운동가 산운 장도빈 기념비 표지판 없이 달팽이만 '가득'
이상설 유허비 매년 여름이면 물에 잠겨…현지서 보호단체 설립 움직임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광복절을 앞두고 지난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러시아 연해주(州) 우수리스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 사범대 캠퍼스 내 구석 한편에는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로 알려진 산운(汕耘) 장도빈(1888~1963) 선생의 '발해유적 발견 100주년 기념비'가 쓸쓸히 서 있었다.
기자가 찾은 이 날 제대로 된 안내표지판도 없이 캠퍼스 내 구석에 위치한 기념비 위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기념비 주변에는 달팽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그동안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건물을 관리하는 관계자에게 외진 곳에 한국 독립운동가의 기념비가 있는 까닭을 물었지만 별로 관심 없다는 듯 "나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애초 고려학술문화재단은 러시아 연방극동대와 공동으로 2012년 산운 선생이 발해유적을 발견한 것을 기념하여 발해 절터 초석이 있는 우수리스크 레르몬토프 거리 인근 공원에 세웠다.
이후 스프레이 페인트 등으로 누군가가 선생의 기념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고 관계기관들은 부랴부랴 협의를 거쳐 지금의 위치로 기념비를 옮겼다.
페인트는 다 제거했지만, 상처는 여전히 기념비 곳곳에 남아있었다.
실제 기념비 상단에는 누군가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낙서해 기념비를 훼손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1912년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두만강을 건넌 산운 선생은 러시아 연해주의 고구려와 발해사를 연구하는 등 국사 연구에 매진해 대표적인 민족 사학자다.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9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해주 현지에서 수난을 겪는 조형물은 장도빈 선생의 기념비만이 아니다.
장도빈 선생 기념비에서 조금 떨어진 라즈돌나야강 주변에는 헤이그 특사 가운데 한명인 보재(溥齋)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유허비가 자리를 잡고 있다.



보재 선생은 1907년 이준, 이위종 선생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고종 밀사로 참석해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이후 활발하게 중국과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2001년 세워진 선생의 유허비는 폭 1m에 2.5m 높이의 화강암 석조물이다.
유허비는 2015년 이래 연례행사처럼 범람한 라즈돌나야강물에 침수된다.
강물이 빠져나간 뒤 유허비 주변은 떠밀려온 각종 나뭇가지와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물에 잠기지 않았지만 매년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탓에 해외 독립운동가를 위해 세운 기념비를 포함해 연해주에 산재한 사적지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념비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설 유허비를 관리하기 위해 오는 15일 활동에 들어가는 '이상설 유허지 돌봄이'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단체는 우수리스크에 있는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와 한국 기업·교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방치된 유허비 등을 정기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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