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람 죽였다' 헛소문에 미 시카고서 심야 폭동·약탈(종합2보)

입력 2020-08-11 05:10   수정 2020-08-11 17:11

'경찰이 사람 죽였다' 헛소문에 미 시카고서 심야 폭동·약탈(종합2보)
수백명 도심 곳곳 루이뷔통 매장 등 유리 깨고 물건 가져가
경찰과 총격전속 100명 체포·경찰 13명 부상
당분간 오후8시~오전6시 도심진입 통제…한국 총영사관 "한인 피해신고 아직 없어"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의 최대 번화가에서 심야에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일어나 일부에서는 경찰과 총격전도 벌어지는 등 도심이 마비됐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이날 자정 무렵부터 새벽 5시 사이 수백명이 '환상의 1마일'(Magnificent Mile)로 불리는 고급 상가 밀집지역 미시간애비뉴 등 도심 곳곳에서 상점 유리창을 깨고 상품을 약탈했다.

경찰은 폭도들이 애플·베스트바이 등 대형 매장과 루이뷔통·아르마니·오메가 시계 등 고급 상점, 백화점 등을 돌면서 유리창을 깨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 쇼핑백 가득 물건을 담아 달아났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차량이 몰려와 많은 사람을 각 상점 앞에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일부는 PNC은행 등 은행 유리창을 깨고 침입했다고 경찰은 부연했다.
이들은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사제 최루탄을 쏘고 돌과 병을 던지며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 경찰 대변인은 "폭동 발생 약 5시간 만인 이날 오전 4시30분께 미시간애비뉴 인근 레이크스트릿에서 일부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경찰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이에 대응 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총에 맞은 경찰은 없으며 차량 총격 용의자 가운데 부상자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대변인은 "하지만 총격에 앞서 수많은 경찰관이 폭동 대응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간 발표를 통해 "2명이 총에 맞고 100여 명이 체포됐으며 경찰관 1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총에 맞은 2명 가운데 1명은 사설 보안요원이고, 다른 1명은 경찰에 총을 쏘다 대응 사격에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순전한 범죄행위'"라면서 "어떤 항의시위와도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전날 오후 2시30분께 시카고 남부 우범지역 잉글우드에서 발생한 총기 소지자와 경찰의 총격에서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총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총을 쏘며 달아나다 경찰의 대응 사격을 받고 쓰러져 인근 시카고대학 부속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용의자는 병원에서 회복중이지만 경찰이 사람을 쏴서 숨지게 했다는 잘못된 소문이 퍼진 것이 폭동과 약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브라운 경찰청장은 "사건 현장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분위기가 점차 과열됐다"면서 "이후 소셜미디어에 도심 번화가 약탈을 계획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은 도심에 400여 명의 경찰관을 배치했으나, 사태를 막지 못했다.
경찰은 오전 4시 무렵부터 상황을 제압할 수 있었으나 흩어진 사람들은 날이 밝을 때까지 곳곳에 흩어져 반달리즘을 자행했고 이로 인해 전철과 버스 등 도심으로 향하는 교통이 전면 통제됐었다.



대중교통 운행은 오전 8시 이후 재개되고 통행을 막기 위해 들어 올려졌던 시카고강의 다리도 내려졌지만, 도심 도로는 여전히 경찰 통제를 받는 상태다.
이로 인해 시카고 도심에 소재한 연방 법원과 쿡 카운티 법원은 10일 하루 임시 휴무 조치를 내렸다.
환상의 1마일 인근에 자리한 시카고 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상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병원 영사는 "한인 피해 신고 사례는 아직 없지만, 언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면서 시카고 지역 한인들과 관광객들에게 "특히 일몰 이후에는 가급적 도심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수십명의 경찰관이 말을 타고 미시간애비뉴를 오가며 삼엄한 경비를 벌이고 있고, 피해가 큰 매장과 백화점 입구는 경찰차들이 막고 있다"면서 "총영사관 문은 열려있겠지만 긴급 사안이 아니면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방문을 미뤄달라"고 덧붙였다.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은 "도심 지역에는 한인 사업체가 거의 없고, 네트워크가 조성되어있지 않아 피해를 입은 한인 사업자가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면서 "총영사관 측과 함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긴급 회견을 열고 "도심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폭동과 약탈이 인근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카고 경찰은 "오늘부터 당분간 오후 8시 이후 오전 6시까지 시카고 도심 진입이 통제된다"고 공표했다.
시카고는 도시 남부와 서부에 만연한 총기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도심은 안전지대로 간주된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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