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한국인 발길 끊긴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쓸쓸'

입력 2020-08-15 09:05  

[특파원 시선] 한국인 발길 끊긴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 '쓸쓸'
韓 관광객 모두 사라지면서 적막감만 감돌아…기념행사 대부분 취소·연기
러 연해주 신한촌 기념비·우수리스크 최재형 기념관 운영 수개월째 중단돼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기자가 찾은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新韓村) 기념비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이날 찾은 신한촌 기념비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주변은 오가는 행인이 거의 없어 썰렁하기만 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겹쳐 독립투사 등 옛 선조들에 대한 기념 열기로 뜨거웠던 지난해 이맘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한국과 북한, 재외 동포를 각각 상징하는 높이 3.5m가량의 대리석 기둥 세 개가 처량하게 보일 정도였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하늘길이 막혔고 이로 인해 연해주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면서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방문지 주변의 분위기는 거의 비슷비슷했다.
한인들의 집단거주지였음을 짐작게 하는 '서울 거리 2A' 주소 표지판이 내걸린 가옥 주변에서는 오랜만에 찾아온 외지인의 방문을 반기는 현지 주민들도 있었다.
주민은 주변을 둘러보던 기자에게 "한국에서 왔냐"고 반갑게 물어보면서 "작년에 주소 표지판을 보려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거리가 북적였는데 지금은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시정부 초대 총리를 지낸 성재 이동휘(1873∼1935) 선생의 집터 등 흔적조차 사라진 사적지들의 쓸쓸함은 더했다.
과거 신한촌은 단순한 한인 집단 거주지가 아니었다.
항일 운동에 필요한 언론과 교육기관 등 다양한 조직이 빼곡히 자리를 잡은 해외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이를 의식한 일제는 100년 전인 1920년 4월 신한촌에서 대학살극을 벌였다.



일본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세력인 적군과 협력하는 한인 세력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일본군은 4월 4일 밤 러시아 적군의 주요 근거지와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등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격과 방화, 가택수색, 검거, 학살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무수한 한인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인 5일 이른 아침 일본군은 신한촌이 아닌 우수리스크에서도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벌였다.
이때 연해주에서 활동하던 최재형(1860∼1920) 선생 등 대표적인 한인 지도자들이 모두 사살됐다.



최재형 선생은 안중근(1879∼1910)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뒤에서 도운 인물이다.
올해는 최재형 선생 순국 100주년이지만 코로나19 탓에 관련 행사 대부분이 취소·연기됐으며, 그를 위해 세워진 기념관 역시 지난 4월부터 벌써 5개월째 문을 닫고 있는 상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상설 유허비를 관리하기 위해 고려인민족문화자치회와 한국 기업·교민들로 구성된 '이상설 유허지 돌봄이'는 15일 발족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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