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물러나라"…벨라루스 나흘째 대선불복시위

입력 2020-08-13 11:45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물러나라"…벨라루스 나흘째 대선불복시위
경찰 지난 사흘간 최소 6천명 체포…1명 사망·수백명 부상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사람들을 끔찍한 내전의 수렁에 내던지기 전에, 너무 늦기 전에 떠나라. 당신은 그저 권력을 원할 뿐이고 당신의 욕망은 결국 피로 물든 채 끝날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참사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으로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일침을 날렸다.
벨라루스 출신의 알렉시예비치는 12일(현지시간) 자유유럽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26년 연속 통치하고 다시 6기 집권에 성공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평화로운 사임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벨라루스 경찰이 시위대를 대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이고 악마 같다"고 비난하며 러시아로부터 군병력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루카셴코 대통령의 강력한 맞수로 꼽혀온 정치 신예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지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직 교사 출신인 티하놉스카야는 대선 출마를 준비하다 당국에 체포된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아내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였다.
지난 9일 실시한 대선 개표 결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79.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기를 거머쥐었고 유력한 경쟁 상대였던 티하놉스카야는 6.8%를 득표하는 데 그치자 재검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9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불법과 편법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그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시위대는 곳곳에서 인간 사슬을 만들어 행진했고,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도로를 서행하는 차량도 포착됐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수류탄, 물대포, 고무탄, 심지어는 실탄까지 발사했으며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 참가자뿐만 아니라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까지 심하게 구타했다.



내무부는 시위 첫째 날 3천여명, 둘째 날 2천여명, 셋째 날 1천명을 체포하는 등 최소 6천명을 구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로 3m, 세로 4m짜리 감옥 한 칸에 36∼50명을 가둬놓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사망자는 시위 첫날 고멜시에서 체포된 25세 남성으로 10일간 구금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숨졌다고 벨라루스 수사당국이 밝혔다.
벨라루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할수록 루카셴코 대통령을 향한 국제사회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체코 의회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벨라루스를 겨냥해 아직 전체주의가 막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벨라루스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비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벨라루스의 대선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폭력과 부당한 체포 및 선거 결과 조작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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