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장기집권 루카셴코 대선 승리 불복 시위 닷새째 지속(종합)

입력 2020-08-14 17:02  

벨라루스서 장기집권 루카셴코 대선 승리 불복 시위 닷새째 지속(종합)
수도 민스크 등 여러 도시서 수천명 시위…기업 근로자들도 참여
"시위 현장서 여성 포함한 시민들 무차별 연행해 가두고 굶기며 폭행"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소국 벨라루스에서 13일(현지시간) 26년을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타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수도 민스크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민들이 인간사슬을 만들며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폭력 사용과 불법 체포, 당국의 선거 결과 조작 등에 항의했다.
일부 여성들은 체포된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흰색 옷을 입고 손에 꽃을 든 채 시위에 참여했다.
민스크 내 대형 기업과 병원 등에서도 근로자들이 연대 시위를 벌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대형 국영제약사 '벨메드프레파라티', 건설자재 생산회사 '케라민', 건설사, 시내 병원 등의 직원들이 근무지와 인근에서 항의성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에선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민스크 시내 승리 광장엔 약 2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집결했으며 저녁엔 3천명 이상이 시내 광장과 주요 도로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시내 주요 도로를 따라 5km의 줄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연대의 표시로 경적을 울렸다.
일부 시민들은 자동차로 음료수와 초콜릿, 사탕 등을 싣고 와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대통령 행정실 주변에는 폭동진압부대 요원들과 특수 차량들이 집중 배치됐다.



이날 오후 벨라루스에 주재하는 미국,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의 대사들도 지난 10일 민스크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시민의 임시 추모시설을 찾아 헌화했다.
현장에 모여있던 시위대는 박수로 대사들을 맞으며 벨라루스어와 러시아어로 '감사하다'는 말을 외쳤다.
EU 대사 더크 슈에벨은 "우리는 벨라루스 여러 도시에서 목격하고 있는 폭력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벨라루스 정부는 주민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벨라루스의 대선 불복 시위는 지난 9일 치러진 선거에서 1994년부터 철권통치로 장기집권을 지속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6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부터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시위대는 최루탄, 섬광탄, 물대포 등으로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과 내무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뿐 아니라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해 연행한 뒤 좁은 구치소 감방에 가두고 며칠 동안 음식과 물도 주지 않으면서 시위에 가담했다는 조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저항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심하게 폭행하거나 협박해 서명하도록 만들었다고 수감됐던 시민들이 BBC 방송에 증언했다.



내무부는 시위 첫째 날 3천여명, 둘째 날 2천여명, 셋째 날 1천여명, 넷째 날 700여명을 체포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6천명 이상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위과정에서 최소 2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해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라루스 정부는 시위대가 정권 교체를 노리는 외국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면서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항의해 시작된 시위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더욱 격화되고 시민들의 저항이 한층 거세지자 위기를 느낀 루카셴코 대통령은 최근 이루어진 시위 참가자 체포를 사안별로 면밀히 조사해 부당 체포가 없었는지 확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장인 유리 카라예프 내무장관은 13일 진압과정에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부상한 데 대해 사과했다.
당국은 이날 저녁부터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일부 시위 참가자들을 석방하기 시작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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