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 바이러스 구성, 지문·홍채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입력 2020-08-26 15:41  

인간의 장 바이러스 구성, 지문·홍채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세균 숙주 박테리오파지 97.7%…세균 공존형도 상당수
미 오하이오 대학 연구진, 장 바이러스 유전체 DB 최초 완성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장(腸)엔 복잡한 미생물 생태계가 있다.
이 생태계를 주도하는 건 물론 박테리아(세균)다. 하지만 장에는 박테리아 못지않게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장 생태계의 숨은 주역인 바이러스군(population)의 종류와 구성, 박테리아와의 관계, 다양성 변화 등의 정보를 집대성한 바이러스 유전체 DB(데이터베이스)가 처음 완성됐다.
인간(건강한 서양인 기준)의 장엔 3만3천 종이 넘는 바이러스군이 있지만,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바이러스군은 하나도 없었다.
장의 바이러스 구성이 지문이나 홍채처럼 사람마다 독특하다는 뜻이다.
또한 바이러스 유형의 다양성은 평생에 걸쳐 박테리아와 유사한 변화 패턴을 보였다.
이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 대학의 매튜 설리번 미생물학 교수팀이 수행했고, 논문(링크)은 24일(현지시간) 과학 저널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실렸다.
설리번 교수팀은 지난 10년간 세계 16개국에서 진행된 32건(전체 피험자 1천986명)의 장 바이러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바이러스 유전체(virome) 탐색을 시작했다.
이렇게 구축한 '인간 장 바이러스 유전체 DB'엔 최종적으로 3만3천242 종의 바이러스군이 등록됐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올리비에르 사블로키 박사후연구원은 "인간의 장 바이러스 유전체 연구를 시작하는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라면서 "건강에 이로운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아내면, 다른 약으론 퇴치하기 어려운 병원체에 적용할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장 박테리아를 유해균과 유익균으로 분류하는 건 일상적이다.
하지만 장 바이러스는 사정이 다르다. 박테리아처럼 특징적인 유전자 시퀀스(염기 서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유전체에는 아직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거대한 '암흑 물질(dark matter)' 시퀀스 공간이 남아 있다.
그래도 이번 연구에선 주목할 만한 성과가 많이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장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97.7%가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파지(bacterophages)였다.
그동안 연구가 이뤄진 대부분의 파지는 숙주세포를 죽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숙주인 박테리아와 공존하는 파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많이 발견됐다. 이런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의 생존을 돕는 유전자를 생성하기도 했다.
장 바이러스의 다양성은, 서양인보다 비 서양인이 높았다.
하지만 미국 등 서양권 국가로 이주한 비 서양인은 그런 다양성을 잃었다. 음식 섭취가 장 미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을 결정한다는 걸 시사한다.
건강한 서양인의 경우 어릴 때부터 장 바이러스의 다양성이 계속 높아지다가 대략 65세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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