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LG-SK '배터리 소송'…전쟁 장기화 하나(종합)

입력 2020-08-27 16:06  

교착상태 빠진 LG-SK '배터리 소송'…전쟁 장기화 하나(종합)
LG, ITC 이어 국내 특허 소송까지 연달아 승소…SK는 즉각 "항소할 것"
갈등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합의는 금액 격차 커 '평행선'
ITC 건 10월 초까지 합의 불발되면 소송전 장기화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최재서 기자 = 국내 전기차 배터리 1, 3위 기업인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배터리 소송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배상금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27일에는 이 소송에서 파생된 특허 관련 국내 첫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지면서 또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일단 지난해 2월 미국 ITC 판결에 이어 국내 특허 관련 소송까지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의 법정 다툼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지에 몰린 형세다. SK측은 그러나 즉각 항소하겠다고 나서면서 양 사의 법정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LG화학, 미 ITC에 이어 국내 특허 소송까지 '2연승'…SK는 "항소하겠다"
현재 LG화학(이하 LG)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 벌이고 있는 법적 다툼의 핵심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미국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이다.
LG는 SK가 자사의 인력을 빼가고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를 미국 ITC에 제소했고, ITC는 올해 2월 SK에 대해 LG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리뷰(재검토)를 진행중인 ITC는 오는 10월 5일 최종 결정을 내린다. 상황이 불리해진 SK가 그 전에 소송을 끝내려면 LG와 배상금 합의에 성공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SK가 LG를 상대로 국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특허관련 소송에서 27일 LG가 또다시 승리하며 SK와의 배터리 전쟁에서 좀 더 승기를 굳히는 모습이다.
SK는 지난해 9월 말 LG가 미국 ITC에 SK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자 LG가 전기차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같은 달 LG를 미국 ITC와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각각 제소했다.
그러자 LG가 다시 SK의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각각 맞제소를 했다.
이날 중앙지법에서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은 LG가 미국 ITC에 제소한 특허권 침해 소송 내용 가운데 대상 특허 1건이 과거 두 회사가 체결한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며 SK가 제기한 소송이다.
양사가 2014년 '분리막 특허(KR 310)에 대해 국내외에서 더는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 LG가 이와 동일한 미국 특허로 ITC에 소송을 제기했으니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는 게 SK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미국 특허가 양사의 부제소 합의에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SK에 패소판결을 내리고 LG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선고는 양사 분쟁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따라서 이날의 1심 결과가 10월 5일에 내려질 미국 ITC 최종 판결에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양 사가 진행중인 여러 건의 특허 소송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LG는 현재 미국에서 SK를 상대로 LG 고유의 분리막 안전성강화 기술(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LG는 이 외에도 지난해 5월 SK를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고, SK는 지난해 6월 LG화학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와 영업비밀 침해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하는 등 양 사의 소송전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날 패소한 SK측은 당장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ITC 배상 합의가 잘 안 되면 이로 인해 파생한 다양한 소송까지 양 사의 법정 분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 교착상태 빠진 영업비밀 배상 협상…"답이 안 보인다"
국내외 소송 전에 대한 판결은 시작됐지만 가장 중요한 미국 ITC에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 관련 두 회사의 배상 협상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미 조기 패소 결정이 내려진 SK는 10월 5일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에 LG와 합의를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단 미국 ITC의 조기 패소 결정이 뒤집힌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ITC 최종 결정이 나오면 LG가 지난해 4월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재판이 열리고 피해액과 배상금액이 확정되는데 이때 미국 법원은 ITC 결정을 준용하는 게 보통이다.
SK가 최종 패소하면 SK는 미국으로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가동이 중단될 공산이 크다.
SK는 포드의 전기트럭 F시리즈와 폭스바겐의 미국내 생산 전기차 배터리의 대부분을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 조달할 예정이다.
국내 또는 인근 국가에서 배터리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앞서 계약한 수주 약속도 파기되면서 LG에 대한 금전적 배상은 물론 SK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도 양사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배상금을 둘러싼 입장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등을 통해 들려오는 양사의 요구 금액은 LG측이 수조원대, SK측은 수천억원대로 '단위'부터 다르다.
LG는 "수십 년간 쌓아온 회사의 중대한 기술을 빼가 대가도 없이 자사의 기술인양 써먹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고 각을 세우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
LG는 "SK측이 진정성 있게 합의에 임하지 않고 있다"며 "합리적인 합의금액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SK는 "이직한 직원이 가져왔다는 기술이 실제 사업에 활용됐는지 불명확하고, LG가 기술 침해와 피해 범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LG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팽팽히 맞선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SK 내부에서는 "LG가 조단위의 배상금을 고집할 경우 합의를 포기하고 미국 ITC 결정과 연방법원의 판결까지 가보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펴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SK 입장에서 미국 트럼트 대통령이 자국내 일자리와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SK가 공탁금을 걸고 수입 금지까지 60일의 유예기간을 벌 수도 있어 사태 해결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SK가 ITC의 결정에 불복하고 미국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ITC의 최종 결정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평행선인 협상이 9월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미국에 이어 이날 국내 재판에서도 연달아 패소하면서 다급해진 SK가 이전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그러나 실무진의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양 그룹의 총수가 나서거나 정부가 간접 개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는 "기업 간 지적재산권이 걸린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조기에 타결되면 그와 관련된 파생 소송들도 조기 취하될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이 협상이 결렬되면 양사의 국내외 소송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과 유럽까지 글로벌 배터리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양 사의 현명한 결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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