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북중 접경 투먼 가보니…코로나 봉쇄로 '적막강산'

입력 2020-08-31 07:33  

[차이나통통]북중 접경 투먼 가보니…코로나 봉쇄로 '적막강산'
북한 국경 봉쇄로 7개월 넘게 中투먼-北남양 잇는 다리 막혀
소식통 "북중 국경 봉쇄로 투먼에 북한 노동자들 발 묶여"


(투먼=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여기 강 넘어 북한 남양 보이시죠? 사실상 유령 마을입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북중 최접경 도시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에서 바라본 북한 온성군 남양에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투먼은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의 북중 접경 도시로 도로 및 철도 교량을 통해 두만강 건너편 남양으로 연결된다.
최근 투먼에서 만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남양에 들어선 분홍색과 하늘색 바탕의 아파트 건물을 가리면서 집에 유리창이 없고 그냥 뚫려 있어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 군인들이 오전에 감시하러 돌아다니는 것 정도만 눈에 띈다고 말했다.

망원경을 이용해 남양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사람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1시간 정도 바라보니 산 중턱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 1명을 본 게 전부였다.
투먼-남양을 잇는 새 다리는 완공됐으나 중국에서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는 바람에 폐쇄된 상태다.
중국과 북한 모두 양쪽 새 다리에 큼지막한 세관 건물까지 들어섰으나 무용지물인 셈이다.
이 다리 중간에는 철조망까지 처져있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북한 남양 입구 건물에는 김일성·김정은 부자의 사진과 함께 '경애하는 최고 지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영광스러운 조선노동당 만세!'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대북 소식통은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북중 양측간 화물차가 오가는 등 교류가 적지 않았다"면서 "중국인들의 경우 통행증만 받으면 이 다리 철조망 앞까지도 가볼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적막강산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북중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투먼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투먼에는 북한 식당 여종업원뿐만 아니라 제조 공장에 수백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 사람들은 일솜씨가 좋아 중국인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월급도 2천500위안(한화 43만원)에 불과해 북한 인력을 서로 받으려고 하지요. 브로커 통해 베이징, 광저우 등 중국 전역으로 북한 인력을 보내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투먼 사람들은 여전히 두만강을 건너 탈북하려는 북한 주민들이 있다고 한다.
투먼-남양을 잇는 다리 근처의 두만강은 수심이 얕아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인근에는 북한 군인들이 땅굴 속이나 수풀 속에 매복해 조준하고 있어 탈북자들은 주로 두만강 외곽 쪽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요즘처럼 우기에 물이 불어나면 두만강 상류 쪽에서 탈북하다가 사망한 북한 주민들의 시신이 떠내려와 다리에 걸려있기도 한다"면서 "최근에도 이런 시신을 봤다"고 말했다.
투먼을 통해 넘어와 한국까지 무사히 가려면 수천만 원이 든다고 한다.

투먼에 도착 후 선양(瀋陽)으로 간 뒤에 차로 베트남까지 가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매우 힘들고 비용 또한 엄청나 탈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현지 브로커들의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북중간 국경이 봉쇄됐지만 투먼의 경계는 여전히 삼엄하다.
투먼에 들어서면 곳곳에 검문소가 있으며 두만강변에 들어서면 대형 철책이 설치돼있다.
불법 월경을 금한다는 경고문도 쓰여있다. 이 경고문에는 두만강 안에서 놀지 못하며 밀수, 마약 매매, 고기잡이 등도 엄금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북한 쪽에 말을 걸거나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 문구도 있을 정도다.

한편, 한국 단체 관광객 또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두만강을 볼 수 있는 투먼 생태공원에 많이 왔으나 중국이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한국인 여행객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투먼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작년만 해도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영업이 잘됐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이 끊기면서 이 지역 관광 업계도 울상"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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