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받겠다" vs "안 산다"…서울 아파트시장에 '힘겨루기'

입력 2020-08-30 10:53  

"최고가 받겠다" vs "안 산다"…서울 아파트시장에 '힘겨루기'
매매 급감하고 가격 급등세 멈춰…최고가격보다 낮은 값에 일부 거래
전세는 품귀속 보증금은 계속 뛰어…가을철 전세대란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상승을 멈추지 않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인기 지역에서 이전 신고가보다 1억∼2억원 저렴한 물건이 나오면 매매가 이뤄지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수세가 약해지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어져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전세는 품귀에 새 임대차 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임대인이 가격을 크게 올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보다 보증금이 억 단위로 오른 곳도 많아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매도인 "최고가 받겠다" vs 매수인 "비싸게는 안 산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집주인들이 "직전 신고가 만큼은 받아야겠다"고 집값을 올리고 있고, 매수인들은 "오른 값을 다 주고는 못 사겠다"고 버텨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G 공인 대표는 "2주일 전쯤 다주택자가 다른 지역 주택을 정리하면서 대형 아파트를 신고가에 매입한 이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같은 값에 나온 물건이 있지만, 직전 신고가보다 2억∼3억원 오른 값에 거래된 것이어서 추격 매수가 붙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동 H 공인 대표도 "매물이 적은 상황인데 가격은 이전보다 1억∼2억원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어 매수자들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간간이 거래는 되지만, 매매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H 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내놨던 물건이 6월까지 모두 소진됐고, 지금은 보유세를 걱정하는 일부 집주인이 집을 처분할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집주인들은 내년 6월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고 제값을 다 받으려 한다. 급매로 정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마용성' 지역도 비슷한 분위기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물건을 중개하는 아현동 H 공인 대표는 "매매 문의는 꾸준히 있는데, 거래는 활발하지는 않다. 매수세가 없으면 가격을 낮추기 마련인데, 지금은 집주인들이 최고금액을 받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인근 F 공인 대표는 "대부분 집주인이 신고가 이상에 내놓고 있는데, 이보다 좀 저렴하게 나온 물건이 있으면 거래가 되기도 한다"며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격과 갭을 좁혀 갭투자를 문의하는 전화도 다시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아파트 거래는 급격히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이날 기준 2천145건으로, 지난달(1만616건)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신고기한(30일)이 아직 남아있지만, 감소 폭이 워낙 커 이달 급감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매매 가격이 내려가는 단지도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자이는 84.94㎡(전용면적)가 지난달 8일 28억5천만원(25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이후 이달 18일 24억4천만원(18층)에 매매되며 4억1천만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 132.44㎡는 지난달 9일 35억3천만원(5층)에서 이달 8일 34억원(5층)으로, 194.52㎡는 지난달 9일 41억5천만원(10층)에서 이달 5일 40억원(18층)으로 각각 1억3천만∼1억5천만원 내린 값에 계약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 전세 품귀 계속…"보증금 너무 올라 신혼부부 발길 돌려"
전세는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전체 9천510가구 규모로 서울에서 가장 큰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84㎡ 전세 물건이 3∼4개에 불과하다.
가락동 H 공인 대표는 "21일 허위매물 단속 시작 이후 실제 전세 물량이 얼마나 없는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며 "숨겨진 매물까지 합해도 많아야 4∼5개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헬리오시티 84㎡는 지난달 25일 보증금 11억원(8층)에 계약된 것이 국토부 실거래가 정보에서 확인되는 신고가 전세 거래다.
H 공인 대표는 "84㎡는 현재 11억5천만원까지 거래된 상태고, 지금은 12억∼13억원까지 올랐다. 새 임대차 법 시행 이후 상당수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마음을 바꿔 물건 부족으로 임차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남권과 '마용성' 등 지역의 일부 단지에서는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다. 아예 씨가 말랐다"고 말하는 공인중개사도 있었다.


껑충 뛴 전셋값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신혼부부 이야기도 들렸다.
반포동 H 공인 대표는 "주말에 신혼부부가 전셋집을 얻으러 찾아와 함께 아파트 3곳을 돌아다녔는데, 금액 조율이 안 돼 결국 계약서를 못 쓰고 돌아갔다"며 "생각한 금액보다 너무 올랐다며 고민해보겠다는데 시세가 저렴한 다른 지역을 알아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최근 84㎡가 보증금 10억원에 거래됐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이달 1일 8억5천만원(1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돼 전셋값이 1억5천만원 오른 것이다.
아현동 H 공인 대표는 "이쪽은 전세 물건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전셋값이 1∼2개월 전보다 5천만∼1억원씩은 다 올라 임차인들이 눈높이에 맞는 물건을 찾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전세 품귀도 계속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물건을 중개하는 압구정동 H 공인 대표는 "6·17대책에서 재건축 아파트 2년 거주 요건이 생기고 새 임대차법 시행 등 영향으로 작년보다 전셋값이 3억원 가까이 올랐다"며 "전세 문의는 있는데, 매물이 없어 전셋값은 정말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기준 지난주까지 61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주 상승률은 0.11%로, 전주(0.12%)와 비교하면 소폭 줄었지만, 전문가들은 9월 이후에도 전세 공급이 부족해 가을철 전세대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dkkim@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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