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코로나19가 드러낸 고질적 부패 사슬

입력 2020-09-05 08:00  

[샵샵 아프리카] 코로나19가 드러낸 고질적 부패 사슬
남아공 개인보호장구 등 가격 2∼5배 뻥튀기 적발…케냐, 우간다 등 마찬가지
"한국 국정농단 단죄처럼 남아공도 코로나19 조달비리 엄벌해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최근 아프리카에서 고질적인 부패 사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키미 마퀘투 감사원장이 수십억 달러(수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조달관련 비리 의혹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치적으로 연줄이 있는 회사들이 개인보호장구(PPE) 공급계약을 따낸 것으로 밝혀지자 국민들이 분노했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마퀘투 감사원장에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구호와 관련한 정부 기금 비리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정부 부처들이 국민 구호수단으로 식료품 지원과 PPE, 사회 보조금 등으로 제공하는 자금 규모는 1천474억 랜드(약 10조3천5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조달 과정에서 PPE 가격이 200%나 부풀려지는 등 개인이나 사업체에 비용을 과다 지불하는 일련의 조달 비리 혐의들이 속속 포착돼 추가 조사를 위해 사법기관에 넘겨졌다.
마퀘투 감사원장은 방송으로 중계된 청문회에서 "보건부서들의 주문을 분석한 결과 정가보다 일부 품목은 두배에서 다섯배까지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명과 직결된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부패가 끼치는 악영향은 라마포사 대통령의 표현을 빌자면 사체를 뜯어 먹는 하이에나 행태와 같다.


이렇게 가격이 뻥튀기돼 있다 보니 우선 최일선에 있는 간호사 등 보건직원들에게 PPE가 제대로 지급이 안 돼 이들의 시위까지 벌어졌다.
의료진이 보호장비 부족으로 감염되면 가족 등 주변까지 피해가 가고 실제로 최근 그런 사례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된다.
조달비리 복마전 속에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에 기증된 마스크조차 현지 당국에서 왠지 모르게 늑장으로 인수해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 프리토리아 인근 강물에 금쪽같은 PPE 등이 무더기로 버려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달 비리 조사에 들어가자 증거 인멸차 폐기해 강물까지 오염시킨 사례로 풀이됐다.
부패는 남아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냐에서도 팬데믹 대응 계약을 나눠주는데 부정 이득 혐의가 불거져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보츠와나, 짐바브웨, 우간다도 비슷하다.
아프리카에서 부패고리는 과거에도 개발원조와 관련해 줄곧 불거졌지만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보건물자 공급이 시급하기 때문에 더 확산되는 측면도 있다.
특히 부패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식으로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간다 주재 대사도 역임한 박종대 주남아공 대사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기존 현상과 문제점을 확대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의 경우 전형적으로 거버넌스가 취약한데 비상상황에서 인허가 권한을 가진 장관이나 관계기관이 조달에 돈이 몰리자 행정력을 남용해 입찰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코로나19와 관련된 부패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폴란드 보건장관이 지난달 의료장비 조달 부패 혐의로 물러났고 영국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 기부자나 당원과 연계된 세 회사가 1억8천만 파운드(약 2천800억원) 상당의 PPE 공급권을 따냈다.
영국 서식스 대학의 리즈 데이비드-배럿 부패연구소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부패 대책과 관련, "국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건 계약 과정을 투명하게 해 사람들이 정부에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조달비리 후폭풍에 남아공은 코로나19 대응 물자 및 서비스 조달 관련 회사들 명단을 모두 온라인에 공개했고, 케냐 대통령도 4천700억원 규모 코로나19 대응물품 구매내용을 공개하도록 지시했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남아공 뉴스보도채널 eNCA의 사이먼 스티븐스 책임감독 프로듀서는 4일 연합뉴스에 "부패의 연계고리를 끊으려면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의 '국정농단 비리'를 단죄한 것처럼 남아공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녹슨 사법체계에선 정치적 연줄이 가장 좋은 거물은 사법처리를 빠져나가고 잔챙이만 걸리는 게 문제"라면서 "재판부가 이미 (전임 제이콥 주마 정권의 10년에 걸친) 남아공판 국정농단 사건으로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서 코로나19 조달비리를 제대로 처리하기도 벅찰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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