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경찰에 사살된 16세 장애소년 장례 '애도·분노'

남아공 경찰에 사살된 16세 장애소년 장례 '애도·분노'
다운증후군 줄리스, 비스킷 사러 나갔다가 심문 경찰에 피격 사망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주 경찰에 사살된 것으로 알려진 16세 다운증후군 소년 너세니얼 줄리스의 장례식을 5일(현지시간) 열고 그를 애도했다.
AFP통신과 뉴스24 등 보도에 따르면 줄리스는 지난달 26일 마약과 범죄로 찌든 엘도라도 파크 타운십의 자기 집 근처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전국적으로 인종 차별주의와 경찰의 만행에 대한 항의 시위가 촉발돼 장례식까지 이어졌다.
이날 줄리스의 얼굴이 그려진 T셔츠를 입은 성난 조문객 수십명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시절의 투쟁가를 부르면서 정의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장애로 말을 더듬는 줄리스가 가게에 비스킷을 사러 갔다가 순찰 중인 경찰에 의해 총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동네 사람들은 경찰이 그를 심문하다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반응에 좌절해 총을 쐈다고 주장한다.
십대 소년의 죽음은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남부에 있는 엘도라도 파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분을 일으켰고, 잔인한 경찰에 대한 더 엄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열린 장례식도 뉴스전문채널 eNCA가 생중계했다.
남아공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으로 장례식에도 50명 이상의 참석을 불허하고 있다.
많은 경찰이 삼엄하게 친척들까지 장례식장인 교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친척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아이들은 운구 행렬을 따라가며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소년의 피살과 관련해 경찰관 3명이 체포돼 기소됐으며 이들은 오는 10일 프로테아 치안판사 법원에 두 번째 출두할 예정이다.
숨진 줄리스의 어머니인 브리짓 해리스는 조문객들에게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전 개인적으로 이 어리석은 경찰들을 용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남아공 케이프타운과 프리토리아 등에서 '백만 운동'(Move One Million) 단체가 조직한 대규모 반부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최근 막대한 코로나19 보건 물자와 관련된 정부 조달 비리에서 보듯 수년째 고질적 부패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범법자들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시위에는 영국 런던 등 해외 남아공인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동참했다.
또 지난 6월 한 달에만 남아공 농장에서 주로 백인들을 중심으로 30명 넘는 농부가 살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긴급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도 함께 열렸다. 여성에 가해지는 젠더기반폭력(GBV) 대응도 시위의 주된 이슈였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