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임진왜란 '귀무덤' 잔혹사…"지금이라도 사죄해야"

입력 2020-09-09 06:00  

일본인이 쓴 임진왜란 '귀무덤' 잔혹사…"지금이라도 사죄해야"
아마키 前 레바논 대사 "무토 前 일본 대사 한국 험담 용서 못해"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의 전직 외교관이 400여년 전 임진왜란 잔혹사를 간직한 '귀무덤'(耳塚ㆍ이총ㆍ미미즈카)에 관한 책을 출판한다.
오는 10일 출간 예정인 '기린(평화 시대를 상징하는 상상 속 동물)이여'라는 귀무덤 관련 일본어 서적을 출판하는 주인공은 아마키 나오토(天木直人·73) 전 주(駐)레바논 일본대사다.
귀무덤은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의 명으로 왜군이 조선인의 귀나 코를 전리품으로 베어와 묻어놓은 곳이다.
일본 내 5곳에 귀무덤이 있으며, 특히 가장 큰 교토(京都)에 있는 귀무덤에는 조선인 12만6천여명의 귀나 코가 묻혀 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왜군이 저지른 이런 만행에 대해 "일본인은 거의 모른다"며 "그런 것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일본인에게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오랜 기간 귀무덤을 연구해온 김문길 부산외국어대학 명예교수(75)와 함께 관련 서적을 출판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번 기회에 한일관계를 다시 한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 원점은 역사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미래를 향해 (한일이) 협력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고 책을 출판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국민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임진왜란 당시 만행에 대해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키 전 대사는 오는 11월 교토에 있는 귀무덤에서 임진왜란 때 희생된 조선인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했을 때 남북한에서 모두 희생자가 나왔다"며 "위령제에 한국인들은 물론 (북한 쪽인) 조선총련도 부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출신인 아마키 전 대사는 2015년 일본의 교전권을 부정하는 '헌법 9조'를 당명으로 하는 인터넷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평화헌법을 수호하자는 취지였다.
그는 주레바논 일본대사로 재직할 당시인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보냈고 이후 외무성에서 해고됐다고 한다. 그는 34년 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외무성 3년 후배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72) 전 주한 일본대사가 혐한 발언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그가 주한 일본대사로 재직할 때 나는 도쿄에서 경제협력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함께 한일 경제협력을 위해 일했다"며 "주한 일본대사를 해놓고 한국에 대해 험담하고 있다. 더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취재보조: 데라사키 유카 통신원)
ho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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