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한국인 생명과학자들의 공동연구 플랫폼이 목표"

입력 2020-09-09 09:30  

"전 세계 한국인 생명과학자들의 공동연구 플랫폼이 목표"
국내 대학들과 온라인 세미나 마련한 스탠퍼드대 리시연 박사
"미 공동연구 독려 시스템에 자극…난제 풀려면 공동연구해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에서 박사 과정과 박사후(포스트닥터) 과정을 밟으면서 연구자들끼리 공동연구를 하지 않으면 논문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생명과학을 중심으로 전 세계 한인 과학자들이 만나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생명과학분야 한국인 연구자들의 온라인 강연·토론회인 '글로벌 K-바이오(Bio)X 세미나'를 여는 비영리 연구단체 'K-바이오X'의 설립자 겸 대표 운영위원 리시연(44) 박사 7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 11곳과 공동으로 오는 15일부터 열린다.
스탠퍼드대에서 심장 발생생물학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고 있는 리 박사는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이를 조직화하기 위해 K-바이오X를 설립했다.
리 박사는 "박사는 전문가이지만 한 가지 툴(도구)만 가지고 과학적인 질문을 다 풀지 못할 때가 많다"며 "다른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그 질문을 풀어가는 방식이 현재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 혼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다른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 생명공학 분야에 이미 확립된 학제 간 연구 체계 '스탠퍼드 바이오X'가 영감의 원천이 됐다. 1998년 당시 스탠퍼드대 학장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도입한 바이오X는 다른 분야를 전공한 연구자들끼리 의기투합해 인류 건강에 이익을 주는 공동연구를 할 때 연구보조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대학 중에서도 캠퍼스가 넓기로 유명한 스탠퍼드대이지만 의대와 공대, 기초과학대는 모두 10분 거리에 있다. 학제 간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2016년 스탠퍼드대에서 생명공학, 의학,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원 14명이 모여 K-바이오X를 만들었다. 리 박사는 "단순한 학술 모임이지만 모임을 만들기 전 10년간 공동저자 논문을 4편 썼다면 그 뒤로 12편을 썼다"며 공동연구가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공동연구의 틀을 확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올해 4∼7월 성균관대와 손잡고 온라인 영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러나 단순한 학술 모임으로는 후원을 받을 수 없는 등 활동에 한계가 많았다. 7월에 K-바이오X를 정식 비영리 학술단체로 캘리포니아에 등록하고 이번에는 온라인 세미나의 규모를 크게 키웠다.
한국의 9개 대학 및 2개 연구기관과 손잡고 내년 2월까지 전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우수한 한국인 연구자들이 발표자 및 패널로 참여해 생명과학 분야의 첨단 연구 동향과 핫이슈를 토론하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리 박사는 "한국과 미국, 유럽까지 아울러 최신 트렌드의 과학을 가장 선도하는 한국 과학자들이 한데 모여 발표할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화상회의 앱(응용프로그램) 줌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회의가 활성화한 것도 온라인으로 행사를 준비하는 데 순풍이 돼 줬다.
그는 "모두 12명의 생명과학 분야 석학에게 발표자를 제안했는데 일정이 있는 2명을 빼고 10명이 승낙했다"며 "'왜 승낙했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의 고급 인력과 교류하고 싶다고 하시더라"라고 했다.
K-바이오X의 캐치프레이즈는 '믹스 앤드 매치'(mix & match)다.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K-바이오X에는 리 박사를 포함해 스탠퍼드대의 포스닥 과정 연구원과 실리콘밸리·샌디에이고의 바이오테크 연구원 등 10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인 생명공학 분야 연구자들끼리 연구 성과와 아이디어를 활발히 나눌 수 있는 "연구 성과 교류의 화개장터"가 되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리 박사는 "한국은 연구자들 간 교류가 상대적으로 닫혀 있고, 경직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도 연구자들이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점점 더 활발히 하고 있지만, 미국보다는 활성화가 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매력 있는 연구자들을 모이게 할 수 있다면 '믹스 앤드 매치'가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K-바이오X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박사는 고려대 응용동물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주립대, 스탠퍼드대학에서 수학했다.
리 박사는 "비영리 단체로서 행사를 주관하는 데 국내 기업과 연구소, 영사관 등 많은 분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 세미나가 더 확대되고 활성화돼 후원도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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