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최전선' 이라크서 미군 대폭 감축…중동 정세 촉각

입력 2020-09-10 02:06  

'이란과 최전선' 이라크서 미군 대폭 감축…중동 정세 촉각
이라크서 이란 영향력 확대될 수도…중동 '친미 vs 친이란' 대치 고조될 듯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하기로 한 이라크는 '이란과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동 정세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부터 중동에서 이어지는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이를 착착 이행했다.
1만3천명 규모였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8천600명으로 줄이더니 5천명 이하로 추가 감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10월엔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도 대부분 철수했다.
이번에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미군 규모는 현재 5천200명에서 42%에 해당하는 2천200명 정도라고 미 중부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이란과 관계가 매우 가깝고 정치·안보·경제적 관계가 밀접하다는 점에서 아프간과 시리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아프간은 2001년부터 친미 정부가 들어선 데다 다른 주요 세력인 탈레반이 이란과 우호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시리아는 친이란 정부이긴 하지만 터키, 러시아 등 이란을 견제할 만한 외세가 깊숙이 개입된 곳이다.
이번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걸린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의 요구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미국의 이해와 상충한다.
미군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전장에 실전 배치되기보다 이라크 군경의 훈련에 임무의 초점을 맞췄던 터라 미군 감축으로 이라크의 국방·치안력이 약화하리라고 예단할 수 없지만, 이란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는 있기 때문이다.


미군 감축이 공식화되자 당장 이란 내 반미 보수파를 지지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는 축하글이 게시됐고 감축이 아니라 아예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라크에는 정규군과 맞먹는 전력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가 국방·치안 분야뿐 아니라 정파를 형성해 의회에도 영향력을 끼친다.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기지는 로켓포로 자주 공격받곤 하는 데 미군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령을 받은 이 민병대를 공격 주체로 지목한다.
올해 1월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뒤 이라크 의회에선 친이란 정파가 주도해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가 탄도미사일을 쏜 표적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군기지였다.
이렇게 이라크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가 벌어지는 '전장'이었던 만큼 이란은 이번 트럼프 정부의 감군 결정을 '승리'로 규정하고 이를 발판으로 이라크에 영향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5월 새로 취임한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이라크 총리가 친미 성향을 보이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 자주외교를 시도하고는 있다.
그러나 외세의 개입이 빈번한 이라크에 미군 감소는 단순히 국방·치안 문제로 그치지 않는 만큼 알카드히미 정부의 독자 노선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중동 내 미군의 주력은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이란과 마주 보는 걸프 수니파 국가에 배치된 육해공 병력이다. 이 병력의 주둔 명분은 대테러 작전이지만 이들의 실제 표적은 '최대 테러 지원 정권' 이란이다.
지난달 미국은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약을 주선해 '대이란 전선'을 강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이라크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통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대한 반감이 표면화됐고, 지난달 레바논 베이루트 대폭발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뒤 미국은 이듬해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로 이란을 압박했다. 경제난이 심각해진 이란에선 2013년 대선에서 중도·온건파가 지지하는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미국과 핵협상이 시작됐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감군으로 이라크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동의 사우디 등 친미 세력을 동원해 이라크에 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이란에 대해선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시에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두고 걸프-이스라엘의 '반이란 연대'와 이란을 위시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잇는 '시아파 벨트'의 군사적 대치도 더 선명해질 전망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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