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들, CDC 코로나19 보고서에 '입김' 논란

입력 2020-09-13 11:02  

트럼프 측근들, CDC 코로나19 보고서에 '입김' 논란
"보건복지부 대변인실, 주간 보고서 사전·사후 검열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건복지부(HHS)에 앉힌 측근들이 질병통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질병에 관해 발행하는 주간 보고서에 대한 사전 검토와 사후 수정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일(현지시간) 마이클 카푸토 보건복지부 대변인과 선임 보좌관 폴 알렉산더 등 트럼프 측 인사들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상황에 관해 매주 발간하는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할 권한을 요구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카푸토 측이 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소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에게 보낸 여러 이메일과 익명의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 보건복지부 대변인실 관계자들이 CDC의 주간 보고서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관해 전하려는 희망적인 메시지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CDC는 매주 과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학 학술지 '이환율 및 사망률 주간 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s·MMWRs)를 발행하고 있다. 이환율은 병에 걸리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작성하는 이 보고서는 수십년간 미국 공중보건의 초석으로 인식돼왔으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CDC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문서로, 외부 세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 임명된 이들에게는 보고서 발간 직전에야 내용이 공개돼왔다.
그러나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맡았을 뿐 아무런 의학·과학적 배경이 없는 카푸토를 코로나19 대응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보건부에 공보 담당 차관보 겸 수석 대변인으로 앉힌 이후 이런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카푸토 대변인실은 CDC 보고서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부풀렸고 확진자들이 개인적인 습관 등의 이유로 감염됐을 가능성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다며 이미 발행된 보고서 내용을 수정하려 했다.
카푸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했던 말라리아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와 관련, "치료제의 잠재적 유익이 리스크에 못 미친다"고 한 CDC 보고서의 발간을 한 달가량 막아 지난주에야 발행되기도 했다.
카푸토의 선임 보좌관인 폴 알렉산더는 지난달 8일 레드필드 CDC 소장과 다른 고위 간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CDC는 (트럼프)행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문서들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알렉산더는 이미 발행된 보고서 2건이 어린이들의 코로나19 취약성을 과하게 부풀려 가을학기 개학을 추진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방해한다며 사후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CDC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들은 CDC 관계자들이 발행된 보고서 내용을 사후에 수정하려는 카푸토 측의 움직임에는 단호히 맞서왔지만, 보고서 발행 전 대변인실에 사전 검토를 허용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 내용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한 폴리티코의 질의에 카푸토는 성명을 내고 "우리의 의도는 CDC 내부 '딥 스테이트'(미국 정부 내 비밀 권력 세력)의 저의가 아닌 증거와 과학적 데이터가 이 팬더믹에서 정책을 좌우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내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CDC의 주간 보고서가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건분야 비영리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제니퍼 케이츠는 CDC 보고서에 대해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보를 얻기 위해 반드시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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