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 바뀔까…이탈리아 의원수 감축 국민투표 '촉각'

입력 2020-09-14 08:00   수정 2020-09-14 15:49

고비용 정치 바뀔까…이탈리아 의원수 감축 국민투표 '촉각'
상·하원 36% 감축안 20∼21일 결정…여론조사선 찬성 우세
7개州 지방선거 동시 실시…현 연정 미래 가를 분수령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오는 20∼21일 의원 수 감축을 위한 국민투표와 더불어 7개 주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그 향배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러지는 첫 대형 정치 이벤트다.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구성한 현재의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정치적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순항하느냐, 아니면 극우 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에 주도권을 넘기느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의원 수 감축으로 정치개혁 첫발 뗄까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가의 최대 관심은 의원 수 감축 국민투표에 쏠려있다. 그 결과에 따라 전후 70년간 이어져 온 의회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투표 안건은 상원의원 수를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의원 수를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줄인다는 것이다.
연정의 한 축인 오성운동이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저효율·고비용 의회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며 2018년 공약한 사안이다.
이탈리아의 국민 10만명당 국회의원 수는 1.5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97명)은 물론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0.80명), 프랑스(1.48명), 스페인(1.32명)보다도 많다. 한국(0.58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많은 수다.
국민투표에서 감축안이 승인되면 이 수치는 1.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이를 놓고 정치 개혁의 첫 발을 떼는 것이라며 환영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대의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훼손한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단 현재로서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장에만 나온다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이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의원 수 감축에 찬성하는 의견이 50%를 상회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이달 초 조사에서도 찬성 응답이 70%에 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983년 이래 총 7차례 의원 수 감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마테오 렌치 내각 때인 2016년에는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이 상원을 축소하고 입법권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사실상의 단원제 도입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59%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내각이 총사퇴하는 등 거센 후폭풍을 겪은 바 있다.



◇ 현 내각 미래 가늠할 7개주 지방선거 판세는
중부 토스카나를 비롯해 베네토, 리구리아, 캄파니아, 마르케, 발레다오스타, 풀리아 등 7개 주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관심사다.
유권자 수가 상당한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현 정부의 신임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정치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연정을 구성하는 집권당과 우파연합 정당 가운데 어디가 우세한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연정의 국정 장악력과 지속가능성, 의회 내 힘의 균형 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까지의 판세를 보면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가 국민적 신임을 얻는 상황과는 달리 집권당이 다소 밀리는 추세다.
르네상스 발상지인 피렌체를 품은 토스카나를 비롯해 리구리아, 베네토 등에서 열세로 나타난다.



비교적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곳은 나폴리가 속한 남부 캄파니아 정도다.
민주당은 열세 구도를 뒤집기 위해 오성운동과 선거 연대를 추진했으나 오성운동 측이 이를 거부하고 독자 후보를 내세우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이대로 가면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불안감이 당내에 팽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볼로냐대 정치학과의 잔프란코 파스퀴노 교수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권당이 단지 1∼2개 주를 건지는 데 그친다면 정치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의 의회와 내각의 임기는 이론적으로 2023년까지이지만 동맹이 이끄는 우파연합은 현 내각의 무능을 내세워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거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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