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에서 냉각으로…김정은-트럼프 친서 27통 집중해부

입력 2020-09-14 17:07  

밀월에서 냉각으로…김정은-트럼프 친서 27통 집중해부
1∼2차 북미정상회담 사이 빈도와 우정 절정
판문점 회동후 "한미연합훈련 불쾌하다"며 '뚝'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영원한 우정'을 맹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2019년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보면, 첫 만남을 약속한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가 판문점 회동 이후 멀어진 관계의 궤적이 드러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베트남 하노이의 2차 회담까지 빈도나 우정면에서 절정을 이뤘던 두 정상 간의 친서 교환은 하노이 노딜 이후 뜸해졌다가 판문점 회동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보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년 4개월간 교환한 27통의 친서 중 25통이 처음 공개됐다.
이들 친서 중 4통은 1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15통은 1차와 2차 북미회담 사이에 주고받았다. 또 4통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 사이에, 4통은 판문점 회동 이후 교환이 이뤄졌다.
첫 친서 교환은 김 위원장이 2018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편에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한다"면서 "우리 만남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중대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후 첫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취소될 뻔하다가 문재인 대통령 등 한국 정부의 조율로 성사됐다.
첫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의 친서 교환은 빈도나 우정면에서 절정에 달했다고 우드워드는 평가했다.
우드워드는 "화려하고 거창한 언사 속에 그들이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어떻게 구축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면서 친서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러브레터' 이상으로, 두사람이 친구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썼다.
화기애애한 우정 속에 첫 만남에서 합의한 비핵화 진전을 위한 협의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7월 김 위원장에게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낼 테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의 첫 단계를 시작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9월 6일 그 당시까지 가장 길고 구체적인 친서를 보내 비핵화에 조건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비핵화에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거절해왔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친서에 "우리는 핵무기연구소나 위성발사구역의 완전한 폐쇄, 또는 핵물질 생산시설의 불가역적 폐쇄와 같이 단계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의미 있는 조처를 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서로를 향한 충성 서약에 가까운 친서를 주고받으며 다시 재회하고 싶은 마음을 명백히 드러냈다. 친서에서 사용된 언어는 전통적인 외교 각본과 달랐고, "개인적인 충성 서약과 유사했다"는 게 우드워드의 평가다.
김 위원장은 9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서 "북미 관계의 현재나 미래, 비핵화 문제 해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 각하에 대한 나의 신뢰와 존경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후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에도 친서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크리스마스에 보낸 친서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지 200일이 흘렀고, 우리가 굳게 악수를 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면서 "2019년이 다가오는데 각하와 내가 2번째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면 이는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28일 보낸 답장에서 "따뜻한 마음과 생각에 고맙다. 양국 간에 대단한 결과가 달성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하노이나 방콕을 다음 회담의 장소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2019년 1월 8일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다.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두 정상 간 친서는 여전히 다정함을 유지했지만, 드물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로 결론 난 하노이 회담 3주 후인 3월 22일 보낸 친서에서 "헤어질 때 말했지만, 당신은 나의 친구고, 영원히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석 달 후인 6월 10일 김 위원장은 답장에서 "103일 전 하노이에서 우리가 나눈 모든 순간은 영광이었다.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며 "우리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력으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응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후 "다시 만나자"고 운을 뗀 뒤 같은 달 29일, 다음 날 판문점에서 회동하자고 제의를 했고, 김 위원장은 받아들였다.
6월 30일 판문점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함께한 오늘은 진정 경이로웠다"며 두 정상 사진을 실은 뉴욕타임스 1면을 첨부해 보낸 데 이어 사진 22장도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그해 8월 5일 두 정상 간 오간 것 중 가장 긴 친서를 보냈다. 어조는 정중했지만, 둘의 관계가 영원히 냉각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였다고 우드워드는 평가했다. 실망한 친구나 연인 같았다고 우드워드는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보내준 사진을 집무실에 걸어놨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사의를 표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은 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도발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주요 이슈를 논의할 우리 두 나라의 실무 협상에 앞서 취소 또는 연기될 것으로 믿었다"며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는 연합군사훈련은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누구를 저지하려는 것이며, 누구를 패배시키고 공격하려는 의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분명히 불쾌하고 이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 정말 매우 불쾌하다"면서도 "각하와 내가 이런 솔직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관계라는 게 엄청나게 자랑스럽고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흘 후인 9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에게 "어제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면서 "아주 긍정적인 편지였다"라고 응답했다.



우드워드는 이후 북미 관계가 시간이 가면서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2019년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하려던 노력은 실패했다.
양국 정상 간 친서 교환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한 친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8일 언론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답장을 했다고 밝혔다. " 최근 그에게 멋진 편지를 받았다. 멋진 편지였다"라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북한 외무성은 김 위원장이 편지를 보낸 사실을 부인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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