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가와 손잡은 이스라엘…26년만에 아랍국가와 평화협정

입력 2020-09-16 04:55   수정 2020-09-16 10:08

걸프국가와 손잡은 이스라엘…26년만에 아랍국가와 평화협정
미국 중재로 1979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과 각각 협정 서명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걸프지역 아랍국가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수십년간 대립관계였던 이슬람 아랍국가들과 친구 사이로 발전한 것을 보여준 이벤트다.

이스라엘이 수교에 합의한 아랍국가는 이집트, 요르단을 포함해 4개국으로 늘었다.
국경을 맞댄 이집트, 요르단뿐 아니라 걸프 지역으로 외교 무대를 본격적으로 넓힌 것이다.
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다.
또 이스라엘은 1994년 요르단과 평화협정을 맺은 뒤 무려 26년 만에 아랍국가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스라엘이 과거 이집트, 요르단과 각각 화해할 때도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스라엘은 42년 전 이집트와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아랍권 국가와 처음으로 평화협정의 물꼬를 텄다.
1978년 9월 17일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백악관에서 캠프데이비드 협정에 서명했다.
카터 대통령은 그해 9월 5일 사다트 대통령과 베긴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했고 13일 동안 회담을 거쳐 역사적인 협정이 탄생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캠프데이비드 협정 후 6개월이 지난 1979년 3월 공식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어떻게 보면 제4차 중동전쟁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집트는 1973년 10월 유대인 명절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에 시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했고 이스라엘 공군과 지상군에 큰 타격을 줬다.
전열을 정비한 이스라엘은 결국 미국의 지원으로 이집트와 이집트의 공격을 물리쳤지만, 중동전쟁의 '불패신화'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후 미국 정부는 이집트의 위협적인 군사력을 인식하고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을 적극적으로 중재하게 된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으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이른바 6일 전쟁)으로 빼앗겼던 시나이반도를 돌려받고 미국으로부터 군사·경제적 원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전까지 아랍권의 맹주를 자처하던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대가는 컸다.
이집트는 아랍권 국제기구 아랍연맹(AL)에서 쫓겨나는 등 아랍국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으며 사다트 대통령은 1981년 10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쏜 총탄에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은 지 15년 만에 다른 아랍국가인 요르단과 손을 잡았다.
1994년 10월 26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지역인 아라바에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후세인 요르단 국왕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평화협정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점령한 국경지역 영토를 요르단에 반환하고 댐 건설 등으로 요르단에 물을 공급한다고 명시했다.
또 예루살렘 지위에 관한 협상에서 요르단의 역할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평화협정에 앞서 그해 7월 라빈 총리와 후세인 국왕은 미국 워싱턴에서 양국 간 첫 정상회담을 하고 적대관계의 청산을 선언하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당시 요르단이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1993년 9월 오슬로협정이 영향을 줬다.
오슬로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인정 등을 골자로 한 합의다.
오슬로협정으로 중동 정세에 훈풍이 부는 상황에서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데 부담을 덜 수 있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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