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개척부터 분사까지 25년…구본무-구광모 2대 걸친 승부수

입력 2020-09-17 12:29   수정 2020-09-17 16:00

불모지 개척부터 분사까지 25년…구본무-구광모 2대 걸친 승부수
구본무 1995년 배터리 사업 도전…"포기말고 버티자" 임직원 독려
장기 적자에도 투자 확대 끝에 이익…구광모 '선택·집중' 결단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LG화학[051910]의 배터리 사업 분할을 두고 재계에서는 LG그룹 고(故) 구본무 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구광모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12월1일 배터리 사업 전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배터리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전기차 배터리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는 현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전문 분야에 집중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LG화학에 따르면 1995년 배터리 사업을 시작해 이날 사업 분할을 결정하기까지 25년의 세월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LG화학은 1995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전 회장이 1990년대 초 영국 출장에서 충전식 2차 배터리를 접한 뒤 배터리 사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계열사인 럭키금속에 배터리 연구를 지시한 게 계기였다.
구 전 회장은 2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올 정도로 관심을 보이며 연구를 독려했다고 한다.
1997년 LG화학이 럭키금속의 연구를 이어받아 파일럿(시험)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했지만 당장 양산에 이를 정도의 품질은 갖추지 못했다.
1998년에 국내 최초로 리튬 이온전지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2001년에는 노트북용 2200㎃h급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소형 배터리에서 먼저 가시적 성과를 냈다.

전기차 배터리에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연구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소형 배터리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회사 안팎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가 태동 단계여서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생산 공장 건설, 연구·개발에 드는 막대한 투자 비용도 기업으로선 부담이었다.
LG에 따르면 2005년 즈음 배터리 사업에서 2천억원 가까이 적자를 기록해 내부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자 구 전 회장이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자. 꼭 성공한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자. 여기에 우리 미래가 있다"고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이후 LG화학은 2007년 현대 HEV(아벤떼), 2009년 미국 GM 볼트(Volt)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 3대 완성차 업체인 미국 GM이 LG화학을 선택하며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셈이다.
이를 계기로 LG화학은 2009년에 충북 오창에, 이듬해인 2010년에 미국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시작하며 전기차 배터리에 본격 '올인'하기 시작했다.
LG화학은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에 착수한 이후 매년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전체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 투자만 30%, 시설 투자 금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현재 충북 오창, 미국 미시간주, 중국 남경, 유럽 폴란드 등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GM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합작법인 설립을 맺고 현재 건설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가 회사의 미래 유망사업으로 자리를 잡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까지는 20여년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흑자는 올해 2분기가 사실상 처음이었다. 2018년 4분기에 '반짝' 흑자를 낸 적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올해 들어서야 완성됐다.
2분기 사상 최대 이익 달성이 그간 말만 무성했던 사업 분할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8년 구 전 회장 별세로 그룹 총수에 올라 올해로 3년차인 구광모 회장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 회장이 주요 계열사 사업 구조 재편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철학이 고스란히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투영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LG 측은 "전문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유연·독립적 의사 결정과 조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영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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