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와 친분' 미끼로 투자사기극 저팬라이프 전 회장 체포

입력 2020-09-18 16:51  

'아베와 친분' 미끼로 투자사기극 저팬라이프 전 회장 체포
고령자 중심 7천여명, 총 2조2천억원대 피해 추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의 친분을 내세워 사기극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건강기구 판매업체 '저팬 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山口隆祥·78) 전 회장이 체포됐다.
일본 경시청(도쿄도 경찰본부)은 고배당을 약속하며 자기치료기 등 건강기구 판매 사업에 투자토록 한 뒤 가로챈 혐의로 야마구치 씨 등 14명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교도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이들은 일단 2017년 회사가 채무 초과 상태에 빠져 배당 가능성이 전혀 없는데도 50~80대 나이인 12명에게 투자를 권유해 출자금 약 8천만엔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시청은 그러나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발생한 전체 피해액이 약 7천명의 투자 계약자 기준으로 2천억엔(약 2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저팬 라이프는 대당 수백만엔을 호가하는 자기치료기 소유주가 되면 대여 방식으로 연 6%의 고배당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주로 고령자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거액의 채무를 숨긴 채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끌어들인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청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일부 업무정지 명령을 받기도 했다.
경시청은 지난해부터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1975년 설립된 저팬 라이프는 높은 배당금을 내세워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이른바 '오너 상법'(Owner 商法)으로 유명한 건강기구 판매업체다.
경영 파탄 직전인 2017년 기준 일본 전역에 80개 점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지방법원이 2018년 이 회사의 파산 절차를 시작하기로 결정해 현재 자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체포된 야마구치 전 회장은 아베 전 총리가 주최하는 봄맞이 행사인 '사쿠라(벚꽃)를 보는 모임'에 2015년 초대된 것으로 드러나 야권과 시민단체가 이 사건과 아베 전 총리의 연관성을 따지고 있다.
야마구치 씨는 아베 전 총리가 보낸 초대장이 인쇄된 홍보물을 투자자 유치에 활용했고, 실제로 일부 투자자가 이 홍보물을 보고 안심하고 투자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작년 12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마구치 씨와 1대1로 만난 일이 없고, 개인적으로도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이 회사 영업 활동에 자신 명의의 초대장이 활용된 것은 본인과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측 변호인단은 아베 전 총리가 주최하는 정부 행사의 초대장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재료로 활용된 점을 들어 이번 사기 행각에 정부 책임이 크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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