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세력 '금기' 군주제 개혁 왜 정면 거론하나

입력 2020-09-21 12:42  

태국 반정부 세력 '금기' 군주제 개혁 왜 정면 거론하나
'왕실, 정부 위에 존재' 판단한 듯…'왕실-군부 밀월' 시각도 반영 관측
코로나 위기에 왕실 예산 비판도…"대다수 공감할지 미지수" 지적 여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반정부 세력이 19~20일 이틀간 진행된 반정부 집회에서 태국 사회에서 금기나 성역으로 여겨지던 군주제 개혁을 정면으로 거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방콕 도심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는 집회 측 추산 10만명, 경찰 추산 2만명이 참석한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광장과 인근 탐마삿 대학에서 밤을 새운 참석자 수천 명은 다음날인 20일 오전 왕실 자문기관 추밀원으로 행진했다.
군주제 개혁 관련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의회 해산·군부제정 헌법 개정·반정부 인사 탄압 중지'라는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총리실로 행진하겠다는 계획에서 급히 바뀐 일정이었다.
바리케이드를 친 2중, 3중의 경찰 벽을 향해 행진 참석자들이 향하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행진 직전 주최 측이 사남 루엉 광장 바닥에 국민을 강조한 기념판을 설치한 것 역시 반정부 세력이 추후 '군주제 개혁'에 더 방점을 둘 것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기념판에는 "이곳에, 국민들은 이 나라는 왕의 것이라고 국민을 속여온 것과는 다르게 국민의 것이라는 뜻을 기록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기념판은 설치 만 하루도 안 돼 없어져 군주제 개혁 이슈가 강한 '휘발성'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반정부 세력은 현 쁘라윳 짠오차 정부에 대한 개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그 위에 존재하고 있는 군주제가 먼저 개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dpa 통신에 따르면 추밀원 행진을 앞두고 반정부 활동가 빠릿 치와락은 "이웃집의 개가 짖는다면 여러분은 개에게 짖지 말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그 주인에게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라고 말할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연장 선상에서 해석된다.
정부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바로 군주제, 즉 왕실인 만큼 군주제를 개혁해야 정부도 개혁할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태국의 반정부 세력은 또 왕실이 군부와 너무 가깝다면서, 이런 관계가 민주주의를 약화한다고 주장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반정부 세력은 1932년 이후 19번이나 발생한 쿠데타 과정에서 군은 사후에 왕실의 승인을 받아 명분을 얻고, 이후 군부 정권은 국민보다는 왕실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더 집중했다고 비판해 왔다.



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 즉위 이후 왕실의 권한이 더 강화한 데 대해서도 반정부 세력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왕은 2016년 왕좌에 오른 이후 지속해서 왕권 강화 조처를 해왔다.
2017년에는 '왕실 자산 구조법' 제정을 통해 그동안 태국 정부가 형식적으로나마 관리에 개입해 온 왕실 자산을 국왕이 직접 관할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태국군 2개 부대를 국왕 휘하로 편입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왕가 행보나 왕실 예산 증액도 군주제 개혁 목소리를 키운 요소라는 지적이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국왕이 많은 시간을 유럽에서 보내는데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내년도 왕실 예산은 16%나 인상 편성되고, 여기에는 왕실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38대의 여객기 및 헬기 유지 비용이 포함됐다고 EFE 통신은 보도했다.
인권 변호사이자 반정부 활동가인 아논 남파는 19일 집회에서 "군주제가 헌법 아래에 있지 않다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논이 왕실 예산을 삭감하고, 국왕 권한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외치자, 집회 참석자들은 "더, 더"라고 외치며 호응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반정부 세력은 군주제 개혁 이슈를 계속해서 살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분석가들은 군주제 개혁 요구가 반정부 세력을 넘어 대다수 국민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고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현 국왕의 선친인 푸미폰 아둔야뎃 대왕이 신격화된 통치자로 여겨지며 추앙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태국민에게 군주제 개혁이라는 이슈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으로 남아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적용된 적은 없다고 하지만 최장 15년형에 처할 수 있는 왕실 모독죄가 존재하는 것도 군주제 개혁 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요소로 거론된다.
쭐라롱껀대 정치학자인 코라삔 푸아판사왓은 신문에 "군주제 개혁 요구는 방콕 엘리트는 물론 노동계급의 하위 계층들 사이에도 널리 알려져 있거나 인정을 받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지식인 계층이 어떻게 반응할지 말하기도 너무 이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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