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역설? 스파이크 단백질서 '리놀레산 포켓' 발견

입력 2020-09-23 15:33  

신종 코로나 역설? 스파이크 단백질서 '리놀레산 포켓' 발견
코감기 바이러스도 비슷한 포켓…저분자 치료제 표적 '유망'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인체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데 표적으로 쓸 수 있는 저물자 약물용 '포켓(pocket)'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현재의 팬데믹(대유행)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이 포켓을 표적으로 삼아 저분자 항바이러스 약을 개발하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입자 표면은 '스파이 단백질'이라는 당단백질로 덮여 있다.
신종 코로나가 인간의 세포에 감염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로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
이 연구를 주도한 영국 브리스톨대의 크리스티안 샤피첼 생화학 교수팀은 21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원자 해상도로 관찰해 관련 분자 구성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로 만든 것 같은(tailor-made) 미세 포켓 구조를 발견했다. 그런데 스파이크 단백질의 포켓엔 저분자 리놀레산(LA)이 들어 있었다.



리놀레산은 주로 식물성 기름에서 발견되는 고도 불포화 필수 지방산이다.
코로나19 증세 변화의 핵심 요소인 염증과 면역 조절에 깊숙이 관여하고,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폐 세포막의 유지에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리놀레산은 몸 안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물로 섭취해야 한다.
과학자들이 이번 발견을 당혹스럽게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로나19가 엉망으로 만드는 신체 기능은 대부분 리놀레산이 이롭게 작용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가 이런 기능들을 훼손할 때도 리놀레산에 크게 의존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희망적인 사실은, 코감기의 병원체인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도 이와 비슷한 포켓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앞서 라이노바이러스의 입자 구조를 우그러뜨리는 저분자 물질을 개발하는 표적으로 이 포켓을 이용한 바 있다.
이 물질이 포켓에 단단히 결합하면 바이러스 감염이 차단되는데 인간 임상시험에서 라이노바이러스 치료제로 유망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브리스톨대 연구팀은 코로나19을 치료하는 저분자 약물을 찾을 때도 비슷한 개발 전략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는다.
샤피첼 교수는 "리놀레산 대사 경로를 어설프게 건드리면 전신 염증, 급성 호흡 곤란 증후군,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증상은 모두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최근엔 코로나19 환자의 혈장 리놀레산 수치가 두드러지게 낮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의 임레 베르거 교수는 "리놀레산이 코로나19의 병리학적 증상은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와도 연관돼 있다는 걸 이번 연구에서 처음 확인했다"라면서 "남은 문제는 새롭게 알아낸 사실을 바이러스 퇴치에 이용해 팬데믹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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