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주교합의 연장 말라' 폼페이오 압박에 바티칸 반발

입력 2020-09-23 19:15  

'중국과 주교합의 연장 말라' 폼페이오 압박에 바티칸 반발
"어젠다 다루는 정상적 방법 아냐" 비판…외교적 결례 지적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교황청과 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 연장과 관련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강경 발언'에 바티칸 교황청 내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교황청이 중국과의 합의를 갱신한다면 그 도덕적 권위가 실추될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미국의 보수 가톨릭 저널에는 "2018년 합의 이래 중국 내 기독교인들의 상황은 크게 악화했다"며 "중국 신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지지하는 바티칸의 도덕적 권위를 갈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2018년 9월 체결된 교황청-중국 간 합의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측이 자의적으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시효를 한달가량 앞둔 이 합의를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막바지 세부 조항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발언은 중국과의 합의를 연장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교황청을 압박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달 말 그의 바티칸 방문이 예정된 터여서 교황청을 겨냥한 강경 발언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렸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교황청은 내심 매우 언짢아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 내 일부 고위 관료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 내용에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이는 하나의 어젠다를 다루는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다. 통상대로라면 관계 장관 간 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매우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는 성토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 '강 대 강'의 대치 전선을 형성한 미국 정부가 국내 정치에 교황청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비판론도 비등하다.
호주의 마크 콜레리지 대주교는 최근의 트위터를 통해 "국제적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국내 정치 및 대선 전략 아래 교황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배경을 짚었다.
교황청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외교 경로를 통해선 미국 측에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은 중국과의 주교 임명 합의가 완벽하진 않지만 70년에 가까운 단절을 뒤로하고 서로 대화의 끈을 유지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황청은 중국에 공산 정권이 수립된 1951년 중국과의 모든 외교 관계를 끊었으며, 이후 양국 간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왔다.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교황청이다.
중국에는 대략 1천200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으며, 정부가 관장하는 '어용 교계'와 교황청에 가까운 비공식 교계로 분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제와 주교 역시 정부가 관리하는 교회에서만 배출된다.
이 때문에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하는 주교를 인정해오지 않았으나 2018년 합의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이를 승인하면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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