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집 절도' 4년만에 무죄 인니 가정부…싱가포르 달군 '공정'

입력 2020-09-24 11:18  

'회장집 절도' 4년만에 무죄 인니 가정부…싱가포르 달군 '공정'
대법원 "경찰·검찰 문제"…"부자·엘리트가 가난하고 힘없는 이 괴롭힌 전형"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부호 집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가정부가 도둑으로 몰린 뒤 4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제기된 '공정' 이슈가 싱가포르를 달구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4일 이달 초 회장 집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최종 선고받은 인도네시아 여성 파르티 리야니(46)가 법원에 검찰의 공소 제기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를 가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이를 수용할 경우, 검찰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지 언론 및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파르티는 2007년부터 백만장자인 리우문롱 창이공항 그룹 회장의 집에서 월급 600싱가포르달러(약 51만원)를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파르티는 리우 회장 집에서 2016년 분가한 아들 칼로부터 집과 사무실을 수차례 청소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녀는 규정에 어긋난다고 이에 항의했다.
몇 개월 뒤 리우 일가는 파르티에게 물건을 훔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해고했다.
당시 파르티는 칼에게 "왜 나를 해고하는지 안다. 당신 화장실 청소를 거부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르티는 당국에 신고하겠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해고 당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했지만, 이후 리우 회장 부자(父子)는 그녀가 싸 놓은 짐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발견했다면서 같은 해 10월 경찰에 신고했다.
새 일자리를 찾으러 5주 뒤 싱가포르에 입국한 파르티는 즉시 경찰에 체포됐고, 기나긴 법정 투쟁이 시작됐다.
파르티는 리우 회장 집에서 3만4천 싱가포르 달러(약 2천900만원)에 달하는 물건 115개를 훔친 혐의를 받았다. 옷과 고급핸드백, DVD 플레이어와 고급시계도 포함됐다.
재판 과정에서 그녀는 버려진 걸 주운 것이거나 자기가 싸지 않은 물건들이라고 주장했지만 2019년 지방법원은 징역 2년 2개월을 선고했다.
파르티는 항소했고 결국 이달 초 대법원격인 항소법원은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법원 찬셍온 판사는 재판에서 리우 일가가 파르티를4년 만에 신고한 배경에는 '부적절한 동기'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이 사건을 다룬 경찰·검찰 그리고 하급법원 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파르티가 훔쳤다는 많은 것들이 고장 난 것들이었다면서 부서진 제품을 훔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DVD 플레이어의 경우, 검찰이 파르티의 주장대로 고장 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재판 때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찬 판사는 "교묘하게 속이는 방법을 사용했고, 이는 피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수사 보고서 작성 뒤 5주가 될 때까지도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어와 다른 말레이어 통역원을 제공한 것도 문제라고 판사는 언급했다.
BBC는 이에 대해 많은 싱가포르인이 이번 사건을 부자와 엘리트 계층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자신들 기준대로 살아가는 전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일부 싱가포르인은 사법제도의 공정성과 불편부당함에 대한 오랜 믿음을 뒤흔든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파르티 무죄 판결의 후폭풍은 거셌다. 리우 회장은 창이공항 그룹은 물론 다른 주요 단체나 기업의 직위에서도 모두 물러났다.
K. 샨무감 내무 및 법무장관도 "무언가 잘못됐다"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을 점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BBC에 따르면 파르티는 "고용주를 용서한다. 다만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나에게 한 똑같은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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